특히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국내의 경우 시장 변화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친환경 정책을 좋아하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으로 변화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서다. 전기차 전환에 큰 투자를 했던 국내 기업의 투자 의미도 퇴색했다.
트럼프 2기 자동차 업체에 가장 큰 변수는 거시경제 지표 및 정책의 전환 중에서도 환율과 관세가 우선이고, 그다음은 자동차 산업 정책의 변화가 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보조금에 반대해 왔다. 대신에 고율의 관세를 수출국에 부과하면 자연스레 미국에 대한 투자가 늘 것이라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이다.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생산시설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발 대미 수출물량(57% 비중)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일부 수익성 하락을 감수하거나 미국에 새로운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현지 생산을 늘려왔지만 현지 생산에 적합하지 않은 모델들도 있고, 글로벌 생산 최적화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환경이 조성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2022년 미국의 IRA에 대응하기 위해 76억 달러(약 10조2752억원)를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건립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예고되며 가동에 들어가기 전에 공장 활용도를 변경해야 될 상황이다.
현재 HMGMA는 시범 운영에 들어갔고, 당초 전기차 전용 공장이 될 것이라는 계획을 수정해 하이브리드와 같은 친환경차 라인업 전반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완성차 업계에서는 내연기관 차의 재부상이 기대되고 있다. 친환경 정책 전반을 사기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하는 만큼 내연기관 차에 대한 새로운 정책의 등장이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지만 미국 전체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내연기관 차 공장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다만 4년 임기인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해 10조원이 넘는 비용 투자를 결정하기 힘들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GM은 미국 내 내연기관 차의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고, 생산량 감소에 따른 일감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GM의 상황과 현대차그룹이 협력하게 되면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라인을 확보하게 되고 GM은 일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모델 간소화를 진행해 왔던 GM의 경우 현대차그룹 산하 브랜드의 라인업을 활용해 GM 산하 브랜드로 출시하며,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 GM은 최근 세단 모델의 단종을 시작으로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해 SUV를 중심으로 한 라인업 재편에 집중해 왔다.
시장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공간 활용성이 높은 모델을 중심으로 한 변화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자율주행 시대가 늦어지며 모델 축소에 따른 판매량 감소가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글로벌 생산라인의 간소화 작업도 빠르게 진행해야 될 만큼 상황이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과의 연합 구축은 양사 모두에게 큰 이득이 될 전망이다. 생산라인 확보가 필요한 현대차그룹과 일감이 필요한 GM이기 때문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완성차들은 전기차 외에도 내연기관 차 및 하이브리드 차 등 다양한 차종으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론 중립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의 전기차 전환 둔화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판매에 대한 규모의 경제 달성을 더디게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