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이 '서든데스(Sudden Death·돌연사)' 위기를 언급하며 나선 리밸런싱 작업이 업계와 시장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조직 슬림화를 위한 종속회사 축소는 물론 순차 입금도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기업 정상화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SK그룹의 사업 리밸런싱 작업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최 회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 CEO 세미나'에서 7년 만에 '서든데스' 위험성을 강조한 후 대대적인 개편 작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최 회장은 평소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해 배터리 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전폭 지원을 통한 기술력 확보로 경쟁력 형성에 노력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SK그룹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
반도체 후발 주자였던 SK가 글로벌 톱티어가 되기까지 순탄치 않은 여정이었지만, 묵묵히 사업을 지원했다. 배터리 분야의 경쟁력 역시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기업을 인수·합병해 왔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의 기술을 편취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다. 모든 주력사업에서 이 같은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 SK그룹은 최 회장대에 들어서며 단순한 국내 대기업이 아닌 세계 속의 SK그룹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런 SK그룹은 최 회장의 리더십과 사업 리밸런싱을 바탕으로 AI 분야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움직인다.
SK는 계열사 및 자회사 등의 순차 입금을 줄이는 데 더욱 속도를 내 내년까지 관련 리밸런싱 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아울러 안정화된 현금 흐름에서 얻을 자금은 AI 밸류체인 등에 투입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10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AI 및 반도체 분야에 투입한다. AI 반도체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하드웨어와 AI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개인 비서 등 AI 서비스를 다양하게 아우르는 종합 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투자 자금은 자산 매각과 중복사업 통합, 비효율 걷어내기 등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된다.
투자 주체는 SK하이닉스다. 총 103조원을 투입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같은 기간 AI 데이터센터 분야에 3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AI와 반도체 기업의 시너지 강화를 위해 올해 중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위원장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