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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랜저 포지션 변화…고급화 시킨 다음 스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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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랜저 포지션 변화…고급화 시킨 다음 스탭

대중 브랜드 현대차 속 최상위 포지션 재확보
고객 유지 위한 브랜드 전략…브랜드 그분 전략 완성단계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가 고객 니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잘나가고 있는 현대차지만 꾸준한 고객층 수요를 유지하려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다.

고가의 소비재 제품이고, 보이는 이미지 면에서도 다양한 것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새 고객 유치와 함께 기존고객들의 유지를 위해 상품성과 제품군에 대해 늘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 전략의 목적으로 현대차는 7세대 그랜저를 다시 무게감 있는 디자인으로 출시했다.

28일 현대차에 따르면 1~10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그랜저는 총 5만9397대로 세단 모델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전체 차종을 포함해도 두 번째로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하지만 전 세대 모델이 꾸준히 1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현대차의 그랜저는 플래그십모델의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처음 출시 때도 소나타 다음의 플래그십 세단을 염두해 두고 미쯔비시와 협력해 고급세단으로 개발됐다. 이후 다음 단계의 다양한 모델이 출시되며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타이틀을 내주기도 했다.
현대차 제네시스와 에쿠스, 다이너스티, 아슬란 등이 이에 속했다. 하지만 2015년 고급 브랜드로 제네시스가 분리되며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자리에 다시 이름을 올린 그랜저다.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 인테리어.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 인테리어. 사진=현대차


그랜저의 포지션 변화는 완성차 업계 모두의 관심사인 다음 차를 고민한 결과다. 소비재 상품인 자동차는 일생의 단 1대보다 기간을 두고 교체하는 제품 중 하나다. 가전제품과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의미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냉장고나 세탁기 등은 같은 브랜드를 집안에서 오래 사용하면 신뢰를 받아 다음에도 같은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자동차는 외부에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중요한 덕목에 들어가기 때문에, 새로운 차 혹은 한 단계 높은 등급의 차 등에 대한 과시욕도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품이다.

이에 완성차 업계는 현재 고객이 다음 차도 자사 브랜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상위모델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론칭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요타가 렉서스를, BMW가 롤스로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이런 그룹사 전체를 두고 진행된 변화이고, 현대차 브랜드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완성차업체들은 그룹사 안에서도 브랜드별 경쟁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독일의 폭스바겐도 마찬가지다. BMW그룹과 토요타그룹 등은 브랜드별 담당 소비층이 비교적 확실히 구분돼 있어 차별화를 통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비슷한 브랜드를 보유한 폭스바겐은 그룹사 내부에서 다양한 경쟁이 이뤄진다.

현대차그룹 역시 비슷한 브랜드 벨류의 현대차와 기아가 경쟁을 벌이며 고객 확보를 위한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다. 첫차구매 고객들이 다음 차를 구매할 때도 자사의 브랜드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대목적이다.

첫차를 구매하고 다음 차를 같은 브랜드의 상위모델로 선택할 수 있게 하면, 평생을 함께 하는 동반자와 같은 인식이 형성되고, 이런 소비패턴은 현재 운잔자의 자식 세대로 이어진다. 이는 대를 이어 한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미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 인테리어.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 인테리어. 사진=현대차


그런 의미에서 현대차 그랜저는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다. 독보적인 플래그십 포지션을 유지하기도 했고, 젊은 고객층을 위해 젊은 디자인을 적용해 접근성을 높이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다시 현대차 브랜드만의 독보적인 플래그십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 무게감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1세대 헤리티지를 적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시장에 안착해 엔트리급 G70부터 플래그십 G90까지 포지션을 확보했다. 고급차 브랜드로 독자노선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에 그랜저는 다시 현대차만의 고급세단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는 현대차에서 제네시스로 소비자를 이어주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현대차 브랜드로 독자노선을 걸을 수 있게 됐다.

이에 그랜저는 현대차 최고급 최상위 모델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월 1만대 이상씩 판매됐던 것도 다양한 고객층의 확보하기 위한 디자인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전세대 그랜저(더 뉴 그랜저IG)가 여성 고객도 누구나 쉽게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수려한 디자인으로 등장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2022년 말 등장한 그랜저는 중후한 매력을 듬뿍 담고 등장하며 팬시한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디자인 변경으로 판매량은 살짝 줄었을지 몰라도 차급에 맞는 이미지 무게는 확실히 챙겼다. 이에 따라 중장년 이상의 소비층이 마지막 단계의 차로 그랜저를 선택할 때 고민을 덜어줄 수 있게 됐다.

제품 성능에서는 늘 최고급으로 만들어졌지만, 디자인에 따라 소비층이 많이 갈리는 국내 시장 상황을 잘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 사진=현대차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