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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준비 못한 미래차시대 생존 위한 '합종연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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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준비 못한 미래차시대 생존 위한 '합종연횡'

中 저가 전기車 공세 위협에 기업합병·협력 강화 잇달아
개발 비용 줄이고 속도 높여 시장 대응 목적

우치다 마코토일본 닛산자동차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이 지난 8월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닛산이미지 확대보기
우치다 마코토일본 닛산자동차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이 지난 8월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닛산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 전기차의 선전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연합을 통해 생존경쟁에 나섰다. 단순한 협력관계를 넘어 기업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한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다만 준비 없는 갑작스러운 합병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이 조만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주회사 출자 비율과 설립 시기, 경영진 구성 등 세부 사항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혼다와 닛산은 3월 전기차(EV) 개발 등에서 협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뒤 8월에는 EV 주요 부품이나 차량에 탑재하는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한다는 포괄적 업무제휴를 공식화했다. 여기에는 미쓰비시도 포함됐다.

양사가 통합하는 배경에는 전기차 전환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 테슬라나 중국 BYD 등 전기차를 앞세운 신흥 업체가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술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몸집을 불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다.
기술력의 혼다와 함께 전기차 최초 양산이라는 타이틀의 닛산이 협력해 미래차 전환에 고전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결단이다. 이를 통해 막대한 기술 개발비를 줄이고 속도를 높여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 회사의 합병은 글로벌 완성차 판매 순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혼다 398만대, 닛산 337만대, 미쓰비시 78만대로 총 813만대를 판매했다. 이는 같은 기간 730만대를 판매한 현대자동차그룹을 넘어서는 수치다.

하지만 이들 연합은 단순히 몸집을 불린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 많다. 무엇보다 전기차 전환에 관련된 실적이 닛산의 최초 상용 전기차 타이틀을 제외하면 특별히 없어서다. 회사가 합병해도 이후 전기차 분야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일본 자동차 회사 간의 합병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반면 현대차와 제너럴모터스(GM)의 연합에는 큰 기대를 거는 시선도 있다. 기술력과 함께 판매망 생산라인 등 협력을 통해 발휘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서다.

현대차그룹이 세계시장에서 뛰어난 전기차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활동무대를 차근차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세계 올해의 차에 매년 전기차 라인업이 이름을 올리며, 기존 완성차 기업 중 가장 전기차 전환에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대차그룹이 GM과 제품 개발과 생산 등에서 폭넓은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의 판매망 확보와 생산라인을 공유 등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GM 입장에서도 일감 확보가 가능해 손해 볼 일이 없다.

GM의 일부 산하 브랜드는 타 회사 제품을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현대차 제품도 같은 방식을 적용해 판매를 늘릴 수 있다. 이에 양사의 협력에 많은 관심을 끌었고 각 회사의 수장들이 직접 나서 MOU를 진행시켰다.

이 밖에도 전기차 다음의 미래차 수소분야의 협력을 위해 토요타그룹과 BMW그룹이 손을 잡았다. 여기에 현대차그룹도 가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수소동맹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수소 생태계 조성과 인프라 구축과 제품개발 등 다방면의 폭넓은 협력을 진행할 전망이다.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완성차 업계의 이런 연합은 중국 전기차의 선전에서 비롯됐다. 중국의 전기차는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풍부한 지하자원도 전기차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 이렇게 완성된 중국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가격으로 출시됐다.

기존 완성차 업계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며 시장 변화 대응에 늦었다. 그 사이 자동차 시장을 중국 전기차에 점령당한 것이다.

뒤늦게 제품을 출시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부품 수급부터 난항을 겪으며 가격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투자비 회수도 못하고 있다.

이에 회사 간의 연합을 통해 개발비를 줄이고 플랫폼을 공유하기 위한 방법을 고육지책으로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준비되지 않은 연합은 시너지를 발휘하기보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각자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 온 회사들이 융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빠른 대응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