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포함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접 나섰다. 삼성전자는 국회를 찾아 호소했고, SK하이닉스는 학계와 함께 반도체 분야의 특수성을 어필하며 여론 조성에 돌입했다. 근무시간 규제에서 자유로운 후발 경쟁기업이 연구개발(R&D) 인력과 엔지니어를 총동원해 국내 반도체 기업을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런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임원들이 직접 나섰다.
앞서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이 반도체 특별법에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포함시켜 달라고 직접 국회와 야당을 찾아 호소했다. 정부와 여당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 예외를 추진하고 있지만, 결정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특별법에 주 52시간 예외를 도입해도 실제 적용 대상은 삼성전자 전체 직원 12만5000명 가운데 5% 수준인 6000~7000명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반도체 특별법 내 근로시간 유연화 관련' 문건을 국회에 제출하며 설득에 나섰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 소속 직원 7만5000명으로 따져도 9% 안팎이다. 삼성전자는 또 주 52시간 예외를 도입하는 대신 특별법 효력을 3년으로 줄이는 대안도 국회에 건의했다. 2035년까지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한 특별법의 일몰 기한을 단축해서라도 제도를 도입해 달라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여론 조성에 나섰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은 한국공학한림원(한림원)이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반도체 특별위원회 연구 결과 발표회'에 참석해 "주 52시간제 자체는 좋은 제도지만, 개발이라는 특수 활동에는 부정적 관행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림원이 개최한 발표회에서는 국내 반도체 석학들이 모여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잃어가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위기 진단과 해법이 논의됐다. 이와 별도로 양사는 기술력 고도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인 극자외선(EUV) 기술 고도화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노력하고 있다.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제작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인 EUV 기술은 반도체 기술력의 핵심이다.
나아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 경쟁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HBM분야에서 양사 모두 HBM4(6세대) 제품 양산을 앞당기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선 삼성전자가 2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개발 일정을 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