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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산업계 10대 뉴스] 경기침체·비상계엄·탄핵 격동의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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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산업계 10대 뉴스] 경기침체·비상계엄·탄핵 격동의 한해

탄핵정국 속 트럼프 발 불확실성 고조…마비된 외교
전기차 화재사고부터 항공기 추락사고까지, 사건사고 연발

2024년 한국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2399.49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2655.28(2023년12월28일) 보다 9.6% 떨어진 것이다. 단지 코스피 뿐만이 아니다, 2024년 국내 대기업들은 퍼펙트스톰을 겪었다.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내년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나섰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주가도 한때 5만원선이 무너지는 등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내수도 더욱 힘들다.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이 공식적으로 종료됐음에도 기업 경기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위기, 고환율이 불러온 원자잿값 상승,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축소 우려, 중국의 경기 부진에 의한 공급과잉에 국내 대표 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정국으로 그 어느 때 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탄핵정국 장기화' 재계 올스톱…경제 외교 컨트롤 타워 마비


계엄 사태 이후 비상 대응 태세를 강화했던 국내 대기업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애초 내년 경영 계획 수립에 집중해야 할 시기이지만 정부의 기능이 마비되며 한 치 앞도 예상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글로벌이코노믹

탄핵 정국과 함께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신중하게 경영 환경을 살피는 모습이다. 기업 차원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외교가 필요한 부분이 많은 만큼 큰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고 권력자가 아니면 만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만큼 우리나라의 향후 외교에도 큰 제약이 걸렸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고율 관세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과 정부가 나서 트럼프를 찾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배제된 상태로 유지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불확실성 확대에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비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1월 출범을 앞두고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 정권의 친환경 정책을 폐기하고 고율의 관세를 통한 새로운 미국 중심의 전략을 예고해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친환경 정책을 사기극이라고 부를 만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취임 첫날 IRA를 폐지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나아가 반도체 관련 지원금 역시 폐지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대신 고율 관세로 미국에 투자 할 수 밖에 없도록 한다는 게 트럼프의 전략이다.

그동안 미국이 파격적인 지원금으로 펼쳤던 친환경 정책에 맞춰 투자를 단행했던 국내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보조금도 못 받고 투자만 하는 변수가 발생할 우려가 커져서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보조금 집행에 속도를 올리며 약속이행에 노력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SK AI 서밋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SK AI 서밋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벤츠발 국내 '전기차 한파' 극복 中...전기차 화재에 포비아·캐즘


올해 8월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진 '메르세데스 벤츠 전기차(EQE350)'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해당 아파트에는 약 38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무더위에 대피소 생활을 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이후 전기차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안전 우려와 '전기차 포비아(공포증)'이 확산됐다. 여기에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나타났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시장의 한파 극복을 위해 전기차 안전성 확보와 배터리 기술 혁신 등을 통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경우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노력도 진행 중이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대참사'


세밑인 지난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났다. 여객기 사망자는 179명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로 남게 됐다. 사실상의 권력 부재인 상황에서 안전불감증 문제가 한국 사회에 다시 대두되면서 당분간 사회 분위기가 크게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취득을 통해 4년여 만에 기업결합 작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래픽=나연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취득을 통해 4년여 만에 기업결합 작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래픽=나연진 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完...국내 유일 메가캐리어 '이륙'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취득을 통해 4년 1개월 만에 기업결합 작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38년간 이어진 양대 경쟁 체제를 마친 것이다. 국내에 하나 뿐인 대형항공사(FSC)이자 세계 9위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았다. 대한항공은 소비자의 최대 관심사인 마일리지 통합 절차에 집중할 방침이다. 통합 마일리지 적용은 양사가 완벽히 통합하는 시점인 2026년 말 이후부터다. 대한항공은 약 2년에 걸쳐 기업 문화 융합, 마일리지 통합 등 화학적 결합을 추진한다. 대한항공은 이같은 과정을 거친 후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본격적인 규모의 경쟁에 나선다. 이번 합병에 따라 한국 항공사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려아연 vs MBK·영풍 경영권 분쟁


경영권 분쟁으로 75년간 이어져 온 고려아연과 영풍의 '동업 관계'가 막을 내렸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9월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시작하며 싸움은 시작됐다. 갈등은 고려아연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간 의견 차이에서 비롯됐다.

최 회장은 이차전지 소재, 그린 소재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싶었다. 하지만 장 고문은 최 회장의 투자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경영권 분쟁은 내달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재 지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곳은 영풍 측이다. 이들은 46.71%(자사주 제외 의결권 지분 기준)를,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약 34%를 보유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업황 악화에 사업 매각 등 구조 개편 본격화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중국발(發) 공급 과잉이 겹치며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은 모두 부진한 경영 실적을 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이들은 일부 제품 생산을 멈추거나 매각하며 구조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LG화학은 스티렌 모노머(SM)를 생산하는 여수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나프타분해시설(NCC) 여수 2공장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1~3공장 가운데 2공장 가동 중단 절차에 돌입했다.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사업 재편 유인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HBM 대세로 등극…삼성·SK하이닉스, HBM에 울고 웃어


2024년 반도체업계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희비가 교차했다. 인공지능(AI)기술 발전으로 HBM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됐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빠르게 상승하면서 HBM은 다크호스에서 매출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SK하이닉스는 HBM분야에서 AI산업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3분기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앞지른데 이어 사상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1월 SK AI 서밋을 개최하고 전사적으로 AI 생태계 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HBM분야 강화전략을 추진중으로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퀼테스트(제품 검증)와 함께 생산시설 확대를 추진중이다.

정의선 양국협회 회장 겸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정의선 양국협회 회장 겸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글로벌이코노믹


日 혼다·닛산 합병…글로벌 완성차 업계, ‘대마불사’ 헤쳐모여


글로벌 완성차 시장 7, 8위인 일본 혼다와 닛산이 2026년까지 합병하겠다고 이달 23일 공식 선언했다. 내연기관 시절 전성기를 누리다 전기차 시장에서 뒤처진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2023년 판매량 기준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난다.

덩치가 큰 완성차 기업들도 구조조정·합종연횡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은 일자리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는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고, 전기차로 선방하는 현대차와 손을 잡았다. 일본 도요타는 전동화 흐름 속에서 비야디(BYD) 등 중국 기업의 빠른 성장세가 글로벌 ‘헤쳐 모여’의 배경이다. 완성차 업계의 지각변동이 이어지며 전기차 시장에서 누가 승기를 잡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방산시장 러브콜' 방산·조선 상승세 잇는다


한국 방산기업들이 육·해·공 가리지 않고 우수한 무기 체계를 수출하고 있다. 이는 영업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아시아와 중동, 남미뿐만 아니라 유럽 방산시장에서 발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폴란드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KAI의 FA-50 전투기가 수출 중이고, 현대로템은 K2 전차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

함정 시장에서 활약 중인 HD현대와 한화오션 등 조선사들도 방산 호조를 탔다. 한화오션이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관리(MRO) 입찰에서 마수걸이 수주를 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을 콕 집어 조선업 협력을 말하기도 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수년 내 세계 방산시장이 1조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방산업계의 기회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