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입증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한국타이어가 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인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의 독점 공급사로 선정됐다. 이는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모터스포츠 시장에서 이룬 큰 성과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뚝심 있는 투자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한국타이어의 모터스포츠 도전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내 카레이싱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치업 타이어로 인기를 얻었던 한국타이어는 점차 글로벌 무대로 눈을 돌렸다. 2014년 WRC 하위 클래스 타이어 공급업체로 선정되며 첫 발을 내디뎠지만, 독점 공급 시스템으로 바뀌며 잠시 퇴출됐다.
하지만 2018년 1월 한국타이어 최고경영자(CEO)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등장하며 분위기가 변화했다. 당시 조 회장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모터스포츠 시장을 뚫어야 자동차 마니아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조 회장의 모터스포츠를 핵심 프로젝트로 꺼내들며, 상당수 임직원들은 그저 '립 서비스'로 생각했다. 피렐리, 미쉐린 등 이미 모터스포츠 시장을 접수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수주도 불확실하고, 당장 돈도 안되는 사업에 얼마나 오랫동안 매달리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회사 안팍에서는 "몇번 도전하다 포기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1990년부터 레이싱 전용 타이어 개발을 시작한 한국타이어가 3대 모터스포츠 대회중 하나인 WRC와 전기차레이스 Fe 등에 독점 공급사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모터스포츠 대회에 본격 참가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미쉐린 등 선진 타이어 업체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한국타이어는 2014년 WRC 하위 클래스에 타이어 공급 업체로 입성했다.
그 때만 해도 레이싱팀이 미쉐린, DMACK 등 여러 타이어를 선택하는 방식이었기에 진입 장벽이 낮았다. 하지만 4년 뒤 주관사인 국제자동차연맹(FIA)이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WRC 타이어 공급사를 독점 체제로 바꾸면서 한국타이어는 이 자리를 빼앗겼다.
그 해 한국타이어 CEO가 된 조 회장은 본격적으로 레이싱용 타이어 개발에 매진했다. 매년 수백억 원의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미쉐린, 피렐리, 브리지스톤 등 굴지의 타이어 제조사의 전략도 벤치마킹했다. 한국타이어는 2022년부터 전기차 레이싱 대회 E 월드 챔피언십(포뮬러 E)의 독점 공급사로 선정됐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이탈리아 피렐리를 제치고 WRC의 파트너십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WRC는 평평한 도로 위에서 벌이는 서킷 경주와 달리 비포장도로, 눈길, 진흙 길 등 험난한 지형에서 진행되는 만큼 타이어의 성능이 그만큼 중요하다.
한국타이어은 지난해 9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사상 최대 규모다. 앞으로 모터스포츠 투자를 강화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고 한단계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