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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창립 87주년, 첫 이재용 뉴삼성 구체화 '독한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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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창립 87주년, 첫 이재용 뉴삼성 구체화 '독한 삼성'

조용한 창립기념일…임원에 질책성 메시지 전달
생존문제 직면… 혁신 주문
글로벌 경영 행보도 시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삼성 청년 SE 아카데미 역삼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장용석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삼성 청년 SE 아카데미 역삼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장용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 창립 87주년(3월22일)을 기점으로 리더십 패러다임을 변환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창립기념일에 앞선 지난주 '생즉사'를 언급하며 각 분야의 따끔한 질타와 함께 전 계열사 임원에게 독한 삼성인을 주문했다.

이후 이 회장은 23일에는 '중국발전포럼(CDF) 2025' 참석해 행사 기간동안 팀 쿡 애플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올리버 집세 BMW 회장,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 등 글로벌 리더들과 만나 다양한 협력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올해로 그룹 창립 87주년을 맞은 삼성은 별도의 기념행사 없이 창립기념일을 조용히 보냈다. 다만 올해는 이 회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임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것에 이어 해외 첫 출장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CDF 2025에 참석했다.

삼성은 다음 주까지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주제로 한 임원 세미나를 진행한다. 약 두 달간 실시되는 이번 세미나 교육 대상은 삼성그룹 60개 계열사 임원 2000여명이다. 최근 주요 사업 위기 속 미국의 관세 부과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맞아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현재의 위기를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라며 '사즉생의 각오'를 주문한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가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이 회장은 영상을 통해 "삼성 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다"며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고 현 경영진을 질책했다.

그러면서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은 보이지 않는다"며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고 주문했다.

나아가 이 회장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메모리 사업부는 자만에 빠져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제품의 품질이 걸맞지 않다" 등 삼성전자의 각 주요 사업부를 직접 언급하며 질책했다.

이번 이 회장의 메시지 전달로 본격적인 삼성의 변화가 기대된다. 9년 만에 임원 교육이 부활했고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이 회장이 뜻을 밝힌 만큼 '뉴삼성'구성이 본격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에서 경쟁자보다 뒤처지는 모습을 보인다. 초격차 기술력으로 대표됐던 반도체 분야에서 1위 자리를 내줬고 중국과 미국 등의 추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이 추구하는 새로운 인재들의 마인드가 필요해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임원교육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이 회장의 삼성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

이 회장은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 삼성전자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왔다. 이런 그의 인맥과 변화된 삼성인의 저력이 합쳐지면 이 회장 만의 새로운 뉴삼성이 완성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부터 이틀간 올해 첫 해외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발전포럼(CDF) 2025' 참석했다. 아울러 퀄컴 최고경영자(CEO)와 중국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찾는 등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도 직접 챙기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