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압박 속 국내기업 첫 발표…"우호 분위기에 다른 기업 투자 이어질 듯"
정의선, 바이든 이어 트럼프 만나 투자 '선물’
정의선, 바이든 이어 트럼프 만나 투자 '선물’

정 회장은 이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향후 4년간 (미국 내) 210억 달러 추가 투자를 기쁜 마음으로 발표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4년간 자동차 생산 분야 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 분야 61억 달러,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에 63억 달러 등을 투자할 방침이다.
정 회장은 "이번 투자의 핵심은 미국의 철강과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강화할 60억 달러의 투자"라면서 루이지애나에 신설될 제철소를 비중 있게 소개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생산 부문에서 이번 주에 준공할 미국 내 '3호 공장'인 조지아주 서배너 소재 '현대차그룹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역량을 20만 대 추가 증설해 미국에서 연간 120만 대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26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HMGMA 준공식을 할 예정이다. 이 공장의 현재 자동차 생산 능력은 연간 30만 대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산업·에너지 분야에도 투자한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한 미국 유수의 기업과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 현지 법인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슈퍼널, 모셔널 등의 사업화에 속도를 낸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예고를 통해 타국 기업들에 현지 투자와 생산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기업에는 가장 효과적인 관세 대응 방안으로 미국 현지 생산 강화가 꼽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고려해 현지 공장 준공 및 생산 능력 증대, 전기로 일관제철소 건립, 미국 기업과의 협력 등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삼박자를 두루 갖춘 투자안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의 대미 투자 발표 장소로 기꺼이 백악관을 내줬다. 그는 정 회장의 발표를 지켜보며 "현대차는 대단하다", "정의선 회장을 만나 영광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전 세계가 미국의 관세정책에 이목을 집중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자동차를 만든다"면서 "그 결과 그들은 관세를 낼 필요가 없어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계는 현대차그룹이 물꼬를 튼 대미 투자 행렬에 다른 국내 기업들의 동참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연성'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미국 경제에 기여한 국가나 기업에 관세 유예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현대차그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우호적 분위기는 이러한 동참을 가속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재계 한 관계자는 "누군가 스타트를 끊어야 했는데 현대차그룹이 그 역할을 한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