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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폭탄에 흔들린 미국시장, 일단은 가격 안정…수익성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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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폭탄에 흔들린 미국시장, 일단은 가격 안정…수익성 타격 불가피

현대차그룹 "미국 시장 가격인상 없을 것"
수익성 타격 우려에 향후 인상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한 가운데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들에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한 가운데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들에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5% 자동차 관세부과에도 가격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다. 다만, 앞으로 2개월 후엔 가격 인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현지 생산라인 확대 등의 전략으로 버티기 힘들어지면 향후 수익성 확보를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미국 내 가격 인상 가능성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전에도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놀라운 사실은 아니었다"며 "현재로서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모빌리티쇼를 찾은 송호성 기아 사장 역시 "(가격 인상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며 "아직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빠른 것 같다"며 가격 인상과 관련해서 명확히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만 기존 개별 관세가 발표된 품목과 중복으로 부과하지 않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관세는 25%로 확정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품목별 관세를 확정지은 바 있다.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두 사장의 공식 입장에는 우선 타격을 입더라도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미국 내 주요 대중 브랜드로 입지를 쌓은 만큼, 가격 변동이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크다.

실제 자동차 관세 발표 이후 초고가 브랜드인 페라리가 미국 판매 가격을 10%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경쟁 브랜드인 토요타는 동결 입장을 밝혔다. 가격이 높아져도 구매 수요가 유지되는 럭셔리 차와 달리 대중 브랜드의 경우 미세한 가격 변동에도 점유율 변동이 커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25%의 자동차 관세에 상호 관세가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걷혔다는 점도 현대차·기아에 시간을 벌어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자동차 관세율인 25%에 추가 관세가 더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5%의 관세에 상호관세가 추가로 더해질 경우 미국 내 가격 인상도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자동차 관세 정책이 발표된 이후 렌디 파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CEO(최고경영자)는 현지 딜러들에게 이메일로 "현재의 차 가격을 보장할 수 없으며 4월 2일 이후 변경될 수 있다"고 알린 바 있다.

현재는 경쟁사와 점유율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쉽게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수익성에 타격이 우려되면 점유율보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차 미국법인이 4일(현지시각) "오늘부터 2025년 6월 2일까지 2개월 동안 현재 모델 라인업의 권장소매가(MSRP)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두달간은 올리지 않겠지만 이후 상황을 보고 인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현지 재고를 최대한 늘리면서 관세를 대비하고 있지만, 재고분이 바닥나기 시작하면 저가 모델부터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후 수익성 부문에 타격이 예상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