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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가 '디지털 뱅크런'을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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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가 '디지털 뱅크런'을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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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 금융부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위력을 실감한 '디지털 뱅크런' 공포가 국내 금융권을 덮쳤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긴축으로 경제 위기 공포감이 만연한 가운데, 실제 부실이 감지되지 않았음에도 불안감을 조성하는 악성 루머가 판치고 있다.

지난 12일 "(긴급) 웰컴, OK저축은행 PF(프로젝트 파이낸싱) 1조원대 결손 발생, 지급정지 예정, 잔액 모두 인출 요망"이라는 문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되면서 두 저축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업계 전체가 곤욕을 치렀다.
결국 문자 내용은 허위 사실로 밝혀졌지만 최근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던 터라 저축은행업계는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저축은행업계는 다른 금융업권 대비 상대적으로 뱅크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대형 저축은행들이 부실로 잇따라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저축은행을 믿지 못하는 고객들이 무더기로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을 이미 한 차례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문자가 발송된 당일 오후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 홍보 담당자들을 소집해 뱅크런 유도 악성 루머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두 저축은행은 문자메시지 발송자를 경찰에 고소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사건의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최초 지라시 유포자와 접촉한 뒤 "허위 사실 유포자와 접촉한 결과 관련 내용에 대해 횡설수설하는 등 사실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확인되지 않는 각종 설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일단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개인의 일탈이라고 치부하기 어렵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시장의 불안을 이용해 이득을 보는 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배후세력을 찾기보다 중요한 건 결국 가짜 뉴스에 흔들리지 않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우선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준인 예금자 보호 한도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한국의 은행업권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금자 보호 한도 비율은 1.3배로 미국 3.7배, 영국 2.5배, 일본 2.2배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 위기 발생 시 한시적으로라도 예금 전액을 정부가 지급 보장하고 악성 루머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디지털 뱅크런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둑을 쌓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를 골든 타임을 허비해선 안 된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