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축구선수가 가고 싶어 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뛸 수 있는 팀인 레바뮌(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소속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놀랍게도 최하점을 받은 선수가 적지 않다. 이전 소속 팀에서의 최고 활약을 바탕으로 기록적인 이적료로 영입된 선수들임에도 기대 이하의 퍼포먼스로 혹평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첫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햇살 가득한 날이 많은 남부 유럽 출신의 선수들이 흐린 날이 많은 런던의 팀으로 이적한 뒤 울적한 기분을 호소하며 자신의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 사례가 적지 않다. 그 외에도 음식의 차이, 언어의 차이, 팀 서포터스 문화의 차이 등으로 새로운 팀에 연착륙하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둘째,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독의 전술에 따라 각 선수에게는 정해진 역할이 부여되기 때문에 모든 선수가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에서 뛸 수는 없다. 이전 소속 팀에서의 역할과 같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새로운 역할 수행에 애를 먹을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파리 생제르맹 등에서 활약한 아르헨티나의 윙어 앙헬 디 마리아는 맨유 시절을 스스로 흑역사로 손꼽는다. 그 이유를 "맨유 적응 실패는 잦은 포지션 변경 때문"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셋째, 새로운 리더십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훌륭한 플레이어가 명장을 만난다고 해도 둘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항상 좋으란 법은 없다. 유벤투스, AC밀란 등에서 활약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이번에 맨시티에서 트레블을 이뤄낸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함께했을 때 불화로 인해 커리어에서 손꼽힐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만 팀에 머무른 적이 있다.
축구장을 떠나 회사로 돌아와 보자. 이전 회사에서의 혁혁한 성과를 바탕으로 파격적인 연봉으로 스카우트된 이직자가 기대 이하의 퍼포먼스로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는가?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면, 일정 기간 동안은 낯선 업무 환경과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야 한다. 생각보다 조직 간 문화의 이질성이 클 수 있으므로 잘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지 못했다면, 리더는 해당 직원의 강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그 직원이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적합한 역할을 맡겨야 한다. 그 직원 역시 본인의 강점과 리더가 기대하는 역할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역할을 인식했다면 성과를 낼 때까지 믿고, 기회를 주고, 기다려야 한다. 이전 회사에서의 경력이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새로운 조직에서의 업무를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 리더의 인내심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새로운 리더십에 적응하지 못했다면, 이직 초반에 서로가 기대하는 역할, 업무 범위에 대해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리더와 구성원이 생각하는 업무 범위는 의외로 차이가 클 수 있다. 서로 간의 침묵 속에 동상이몽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만나 역할과 업무 범위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면 생각의 차이, 기대의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경력 이직자가 영입 첫해부터 베스트 플레이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쉽지 않지만 가능한 일이다. 김민재는 이적 첫해인 이번 시즌 세리에A 우승자이자 최우수 수비수가 되었다. 나폴리라는 도시, 생활 패턴에 빠르게 적응했고, 팀의 전술 속 역할을 이해하고 충실히 수행했으며, 감독의 리더십을 받아들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우리 조직으로 이직한 구성원이 새로운 환경, 역할, 리더십에 적응하도록 돕는다면 팀에 빠르게 녹아들어 우리 팀의 ‘김민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원상 플랜비디자인 수석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