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굳어진 은행권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적극 유도키로 하면서 첫 타자로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결정됐다. 시중은행이 새로 생기는 것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처음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대구은행의 총여신은 52조3947억원으로 시중은행인 SC제일은행(48조116억원)보다 많아 덩치가 더 크지만 자금조달에 있어서는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손해를 보고 있다. 대구은행은 채권시장에서 시중은행 대비 선순위채권은 약 0.04%포인트, 후순위채권은 0.21~0.25%포인트 높은 금리를 줘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오히려 대구은행 입장에서는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과의 유대가 약화될 여지가 있다. 본점은 대구에 남겨두겠다고 공언했지만 전국구 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대구'라는 지역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서다.
일각에선 이번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두고 금융당국이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반면 시중은행 전환의 실익이 크지 않고 '은행은 공공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적으로 5개월간 운영됐던 '은행권 관행·제도 개선 TF(태스크포스)'가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의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하면서 대구은행이 떠밀려서 시중은행 전환을 하는 듯한 인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현행 5대 시중은행 체제는 IMF 외환위기 이후, 경쟁력을 잃은 은행들이 경쟁 은행에 흡수·합병되면서 만들어졌다. 결국 대구은행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31년 만의 시중은행 티켓이 '독이 든 성배'로 전락할 수 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