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자주 듣던 이야기가 있다. “책임님 일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많이 난 것 같아요” “평소에는 인상이 좋은데 집중하면 날카로워져요”라는 말이었다. 당시에는 내가 그럴 리 없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궁금해 일하는 모습을 한 번 촬영해보니, 정말 싸우기 일보 직전의 사람처럼 보였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 동료 혹은 고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누군가와 소통을 할 때 대화가 전부는 아니다. 표정이나 몸짓 같은 비언어적 소통도 함께 한다.
비언어적 소통의 중요성은 리더에게 더 중요하다. 리더가 경직되고 위협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면 그 팀의 분위기는 분명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협상학 교수 모리 타헤리포어는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란 책을 저술했다. 책의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하면, 미국의 영부인이었던 미셸 오바마는 남편 버락 오바마를 돕기 위해 여러 번 대중 연설을 했다.
그러나 초기에는 공화당 진영으로부터 ‘사나운 무정부주의자’라는 거센 공격을 받았고, 대중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그러자 대중 연설 컨설팅을 받기로 한다. 그 결과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던 진정성 같은 자산이 오히려 자신의 무뚝뚝한 표정에 가려져 있음을 알게 된다. 음 소거를 하고 자신의 연설 영상을 모니터링해 보니 표정과 몸짓이 너무나 진지하고 엄숙하고 화가 나 있어 보였음을 알게 된다. 이후 자신의 표정과 제스처를 꾸준히 개선한 결과 평소의 성격대로 밝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였다. 남편과 자녀에 대한 사랑의 가치를 온몸으로 이야기했고 이후 그녀를 향한 시선은 달라졌다.
심리학에는 ‘투명성 착각’이라는 현상이 있다.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과 행동을 고려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상대방이 투명한 유리를 통해 나를 보듯이 잘 알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자주 나타난다. “김 대리,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말 안 해도 알지?”라는 말이다. 누구든 한번쯤 들어봤을 말일 것이다.
그런데 속을 훤히 들여다볼 만큼 상대를 잘 알기는 어렵다. 어쩌면 조직을 관리하는 리더들 모두에게 해당될지도 모른다. ‘내가 집중할 때 내 얼굴이 화나 보이는 게 몰두하고 있다는 걸 알 거야’ 혹은 ‘나를 잘 아는 팀원들이 이 정도는 이해해줄 거야’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내 표정과 몸짓을 타인의 기준에 맞출 필요는 없다. 남들의 기대에 호응하기 위해 긴장할 필요도 없다. 회사에서 모든 순간에 미소 짓기는 불가능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이끌고 있는 리더라면 내가 하는 말과 행동, 표정과 눈빛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구성원들은 그런 리더의 비언어적 표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