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회사의 사옥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를 105층의 초고층 빌딩에서 55층 두 개의 동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무리하게 건설비용을 쏟아부어 챙기는 상징성보다 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실용적인 공간으로 꾸미겠다는 결단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에 반대하며 암초를 만났다. 기존과 전혀 다른 계획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 회장의 GBC 추진 계획에 더 신뢰가 간다.
글로벌 정세 불안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헛된 상징성에 목매어 랜드마크를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할 때가 아니다. 오피스 빌딩의 공실(空室)이 넘쳐나는 현재 초고층 빌딩을 추가하는 리스크를 만들 필요도 없다. 차라리 그 비용으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전환에 투자하는 게 더 현명한 처사다.
빌딩의 상징성이 그룹을 대신하는 때가 아니다. 부동산이 회사를 상징하거나 빛내는 도구가 아닌 만큼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실용주의를 이어가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시와의 협상 문제도 있었지만, 그간 전기차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쏟아부었다. 이렇게 완성된 모델들이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최고로 꼽히는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와 기아 EV 시리즈다.
전기차 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종주국인 독일 기업으로부터 전기차 핵심부품 BSA(Battery System Assembly)를 5조원 규모 수주할 만큼 최고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외형만 그럴듯한 전기차가 아니라 최고의 기술력이 압축된 전기차 분야의 초격차를 만들어낸 현대차그룹이다. 나아가 정 회장은 더 나은 '인류의 진보'를 위해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전기차에 태우는 탁월한 선택을 해왔다.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은 수소 분야를 비롯해 자율주행,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의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현재의 위상이 완성형이 아니다. 고독한 길을 걸으며 현명한 판단을 이어온 정 회장의 앞으로의 행보를 꾸준히 응원한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