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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꼬일 대로 꼬여버린 가계부채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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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꼬일 대로 꼬여버린 가계부채 대책

금융부 정성화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금융부 정성화 기자.
우려했던 일이 결국 터졌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을 연기할 당시 가계부채 급증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5조5000억원 늘며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25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조)의 2.6배에 달한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 흐름은 뚜렷한 경향성을 보인다. 2금융권보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늘고 있고, 신용대출은 줄어드는 반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집을 사기 위해 대출받으려는 수요가 계속 몰리고 있는 셈이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에서 이른바 '패닉 바잉'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연내 한국과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확신으로 바뀌면서 집값이 앞으로 오를 일만 남았다는 데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야기한 금융당국의 최악의 오판은 6월에 나왔다. 돌연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를 2개월 연기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문제는 이미 시장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4월부터 번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향후 1년 후 집값 전망을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CSI는 3월 95에서 4월 101로 올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0을 웃돌았다. 이후 5월 101, 6월 108, 7월 115로 오름폭을 점차 키웠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클 경우 1년 뒤 현재보다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가구가 더 많다는 뜻이다. 실제 집값도 눈에 띄는 오름세가 확인되고 있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6월 넷째 주까지 14주 연속 상승했다.

가뜩이나 집값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금융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9월 전에 대출을 받아야 된다는 '막차 수요'까지 자극했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나타나자 금융당국은 9월 만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미 패닉 바잉이 팽배해서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부랴부랴 정부가 나서 12년 만에 그린벨트까지 풀어 공급 확대책을 내놨지만, 실질적 공급 효과가 나타나는 분양 시점까지는 수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융당국의 오판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