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돌연 용퇴 선언을 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구심이 확산됐고, 첫 내부 출신 회장으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손병환 전 NH농협금융 회장도 갑작스레 용퇴를 선언한 후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차기 회장으로 낙점되면서 정권과 가까운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이 주요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관피아, 낙하산 논란에 반감이 큰 금융권이지만 임 회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금융사들의 과점주주 체제로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인 우리금융이 이번 기회에 '외부 수혈'을 통해 쇄신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새 회장 취임 이후에도 우리금융 내부에서 끊이지 않은 금융사고와 전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은 임 회장에게 치명타를 날렸다. 외부 출신 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 넘도록 무엇을 한 것이냐는 책임론이 고개를 들었고, 일각에선 이복현 금감원장이 압박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태승 전 회장이 퇴임 이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그룹 안팎의 여러 이권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손 전 회장의 연임보다는 외부 출신 수혈이 필요하다는 당시의 주장은 틀리지 않았던 셈이다. 손 전 회장의 연임이 이뤄졌다면 이번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임 회장은 과거 농협금융 회장을 맡았을 때도 관피아 논란에 직면한 바 있다. 하지만 농협금융이 임 회장 재임 시절 조직이 안정되고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하면서 현재는 농협금융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농협금융 내부에서는 정부와 밀접한 농협금융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관피아도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임 회장 덕분에 자리 잡았다는 후문이다.
일단 임 회장이 금융지주 회장 중 처음으로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면 돌파를 택하면서 여론은 사퇴보다는 사태 수습으로 무게 추가 옮겨지는 모양새다.
임 회장이 취임한 지 이제 1년 7개월이 지났다. 남은 임기는 1년 5개월이다. 좋은 관피아는 없다지만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그의 말을 한 번 더 믿어줄 수 있는 시간으로는 충분해 보인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