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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도덕경 그 현묘한 문을 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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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도덕경 그 현묘한 문을 열면서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
필자는 최근에 도덕경을 해설한 저서를 출판하였다. 저서 명을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이라 하였다. 그런데 저서에 도덕경 해설을 다 담을 수 없는 제한적 분량 때문에 못다 쓴 내용이 아쉬워 이 칼럼을 쓰기로 하였다.

도덕경은 기원전 6세기경 중국 춘추전국시대 철학자 노자가 도라는 가상의 세계를 설정하고 그로부터 만들어진 천지자연의 이치를 인간의 도덕적 관념에 비교하여 논한 사상과 철학의 경전이다. 경전의 주 내용은 위하지 않아도 저절로 위해지는 자연 현상을 무위라 하고, 무위를 인간 역시 행해야 할 최선의 덕목으로 규정하고 논리를 전개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이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밝혔다.
그런데 여러 구절이 형이상적인 사유를 필요로 하는 난해한 내용인 데다 얼핏 생각하면 현실과 상당한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 경전의 사상과 철학에 가까워지기가 쉽지 않다는 선입관을 갖게 함으로써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지식 내지,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도와 친해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

하지만 피상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사유의 깊이를 깊숙이 하여 관찰해보면 결코 현실과 괴리감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자신의 인생에 대단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무위 행을 실천함으로써 은빛 파도처럼 도의 울림을 느끼고 환희에 젖어 들 수 있다. 이 칼럼의 제목을 '도덕경 그 현묘한 문을 열면서'라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전체 내용이 81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각 장에 따라 이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사상과 철학이 다양하게 전개되어 있다. 때에 따라서는 건강을 좋게 할 수 있는 법이 있는가 하면 인생을 살찌우는 논리도 있고 또 어떤 장은 명상의 지혜와 자신의 영혼을 구제받을 수 있는 이상향도 접할 수 있다. 이상향이라고 해서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무지개 같은 환상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법이 제시되어 있다. 한 예를 들면 하늘과 땅이 장생하는 것은 무위하기 때문이라 하고 그와 같이 처신하면 오래 건강하게 산다거나 죄를 지어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데서 감동을 준다. 그렇게 처신하는 법은 널리 알려진 대로 명상에서 찾을 수 있거니와 그런 점에서 불교의 조종 붓다의 예와 대단히 근접해있어서 그리 생소하지도 않다. 다만 그 법의 실천 여부가 관건일 뿐이다. 실천 여부는 마치 노력하는 만큼 성공을 거두는 삶의 행로와 다르지 않다. 즉 노력하는 만큼 건강하고 장수하며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데에 도덕경이 뜻하는바 의미가 적지 않다.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이미지 확대보기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도덕경 제 1장 도란 무엇인가?


도(道)는 가상의 세계란 뜻에서 메타버스라 하는 것과 같다. 도라는 것은 무한의 우주 공간처럼 비어있어서 무엇이라 인식할 수도 없다. 그러기에 그런 세계가 있다는 뜻에서 굳이 그 호칭을 도라는 형이상의 존재를 상정해놓았다. 하지만 도의 작용은 마치 텅 빈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듯 아득히 먼 그곳 위아래 사방이 없이 텅 빈 그곳에서 어느 부지불식간에 운동을 시작함으로써 천지 만물을 탄생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마치 광활하고 고요한 바다가 문득 카오스를 일으켜 큰 비바람을 쏟아내는 현상과 닮았다.

이처럼 만물을 탄생시키는 운동을 하는 그 순간부터 도는 실재하는 태초의 유일한 존재가 됨으로써 천지 만물의 설계자이자 건축가로서 쉼 없이 만물을 탄생시키고 길러주는 현묘한 작용을 영원히 지속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맨 처음 도가 낳은 첫 번째 존재가 바로 형이하의 물질로서 자연의 시초가 되었다. 그리고 자연 역시 도의 작용을 그대로 내림 받아 만물을 낳아 번식시키고 길러준다. 이러한 도의 작용을 덕(德)이라 하고 그 덕에 탄생한 무수한 자연은 제각기 특징에 따라 이름이 정해지고 그 이름도 물질 변화에 따라 변한다. 노자는 이러한 사실을 텅 빈 마음으로 관찰해보면 도와 자연은 이름이 다를 뿐 현묘하게 동일하고 자연을 탄생하는 도의 그곳을 ‘현묘한 문’이라 하였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