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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아름다움은 추함이 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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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아름다움은 추함이 바탕이다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
'도리천 가는 길'이란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여인이 여섯 살 난 딸 하나를 데리고 혼자 살면서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는 남자와 재혼했다. 그 여인은 남편과 전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을 애지중지했다. 그녀는 친자식보다 전처 자식을 더 사랑했다. 그녀의 친딸이 전처 자식이고 전처 아들이 그녀의 친아들이라 생각할 만큼 각별했다.

어느 날 전처 아들과 친딸이 음식을 잘못 먹고 설사를 심하게 했다. 놀란 여인은 의술이 좋은 한 도인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도인이 진맥해보니 식중독이었다. 도인은 짐짓 침울한 표정으로 두 아이의 똥 맛을 보아야 치료를 할 수 있다며 어미 된 도리로 똥 맛을 보고 냄새와 맛을 말해 달라고 했다. 여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먼저 자신이 낳은 딸의 똥을 검지로 슬쩍 찍어 혀끝에 대고 입맛까지 한 번 다셔보더니 맛은 시큼하고 신 내가 난다고 예사롭게 말했다. 그런데 전처 자식의 똥을 곁눈질로 한 번 힐끔 쳐다보면서 한 아이 똥 맛만 봐도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도인은 남자와 여자는 체질이 달라서 안 된다며 심각한 표정을 거두지 않았다. 마지못해 여인은 찌푸린 얼굴로 전처 자식의 똥을 손끝에 살짝 묻혀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똥을 혀끝에 묻히기도 전에 토악질부터 했다.
도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고는 두 아이에게 같은 약을 처방해 주고는 생각했다. 똥은 같은 똥인데 냄새와 맛이 다른 똥이 있구나! 하고는 마음 구멍은 하나인데 뱀 혓바닥처럼 갈라져 나오는,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차별적 이중성을 한탄했다. 그리고 이것과 저것을 분별하지 않는 무위한 도(道)의 향기가 그리웠다.

우리는 평소에 인간의 두 마음을 본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갈라져 나오는 그 마음의 이중적 속성을 알 수 있다. 마음이 우울하면 향기 짙은 장미나 국화도 아름다운 줄 모르고, 마음이 즐거우면 길가 작은 풀잎도 아름다워 보인다. 세상 보는 눈도 그렇다. 기쁠 때는 무엇이건 아름답고, 슬프고 괴로우면 아름답지 못하다. 자신에게 덕을 주면 악인이라도 가깝고, 해를 주면 부모 자식도 미워진다.
본래 선악은 한 묶음이었다. 마치 물과 수증기가 본래 하나였던 것과 같다. 하지만 외부적 속성인 바람이나 열기가 자극하면 물에서 수증기가 일어나고 수증기에서 물이 나오듯 인간의 마음 역시 무엇을 하려고 할 때는 이기적 속성으로 변하여 마음이 선악으로 갈라져 나온다. 아름답고 선한 것을 딛고 악한 것이 일어나고, 악한 것을 딛고 아름답고 선한 것이 일어난다.

노자는 천하의 모든 아름답다고 알고 있는 아름다움은 추하고, 선하다고 알고 있는 선은 선하지 않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을 차별 식 또는 분별 식이라 하거니와 자신의 이익에 따라서 마음이 상대적으로 갈라져 나오므로 다툼이 일어나고 세상은 평화롭지 못하다. 따라서 다툼이 없이 덕만 베푸는 도를 닮으면 인간이 할 바 최상의 이상을 성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자는 이렇게 썼다. 있고 없고, 어렵고 쉽고, 높고 낮고, 길고 짧고, 앞과 뒤, 행복과 불행이 상대적으로 만물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필연은 높고 낮음이 하나로 이어지고 길고 짧음 내지 어렵고 쉽고…등등 육안으로 보면 상대적이지만 기실은 상대적인 것끼리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처럼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이 비록 상대적이지만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알면, 성공의 끝은 실패의 시작이고 실패의 끝은 성공의 시작이며, 행복의 끝은 불행의 시작이고 불행의 끝은 행복의 시작이므로 성공하고 행복하다고 자만하지 말고, 실패하고 불행하다고 절망하지 말라는 교훈이 얻어진다.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이미지 확대보기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