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현은 지식, 재주, 어진 덕행이 없으면 백성이 다투지 않는다는 뜻이다. 욕심낼 만한 것을 보면 가지고 싶은 마음(견물생심·見物生心)은 익히 알고 이해하기도 쉽다. 하지만 불상현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인의와 예절은 인간이 지켜야 할 바 최고의 덕목이란 것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규범이다.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의 사상과 철학이 집약된 내용인데 이를 부정하다니 괴이쩍고 생뚱맞기도 하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인물 장자의 이야기가 이를 잘 대변해준다. 유약한 유학자였던 아버지가 전장에 나가 칼 한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죽었다. 이에 어머니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려고 장자를 데리고 전장으로 가서 처참히 쌓인 수많은 주검을 온종일 뒤져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였다. 그리고 어머니는 크게 통곡하고 장사를 지냈다.
그 후 몰래 찾아오던 남자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그리고 어느 날 어머니가 집 안 우물에 몸을 던졌다. 마을 사람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칭송하는 소리가 넘쳐났다, 절개를 지키려고 목숨을 끊었다며 열녀비까지 세웠다. 하지만 장자는 조금도 슬퍼하지 않았다.
인의의 허울을 쓴 어머니의 위선을 모르고 뛰어난 지식과 지혜를 아까워하며 탄식을 금하지 않는 사람들이 혐오스러웠다. 백조는 씻지 않아도 희다. 하지만 검은 까마귀를 흰색으로 아름답게 꾸민다고 백조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예의범절이 바르고 지식과 지혜가 뛰어나고 선행을 아무리 많이 한다 해도 이익을 위해서 혹은 출세나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선행은 이기적 속성의 발로이므로 위선자라 할 것이다.
위하기 위함을 유위라 하거니와 규범이 바로 유위이다. 따라서 법률은 인간의 속성을 옭아매는 올가미와 같다. 그러나 무위는 관습이므로 법이 필요 없다. 어떤 일을 행하든 도리에 어긋남이 없으므로 관습법이 유위법보다 위인 것이다. 그러므로 무위(無爲)야말로 위선이 없는 진실이라 할 것이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