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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비워야 쓰임새가 있고 가득 차면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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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비워야 쓰임새가 있고 가득 차면 쓸 수 없다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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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
도는 비어 있어서 쓰임새가 있고 혹시라도 넘치지 않는다. 깊고 깊은 그곳이, 신의 집과 같은 그곳이 만물을 탄생시킨 근원이다. 그리고 그윽이 잠기고 잠겨서 존재하는 것 같지만 누구의 자식인지 알 수 없다. 아마도 모습을 알 수 없는 하느님보다 먼저였을 것이라 했다.

도는 본래 그 깊이와 위아래 좌우 사방을 가늠할 수 없이 텅 비어 무어라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 굳이 도라고 호칭했다. 그리고 텅 빈 그곳에서 첫 물질 하나가 홀연히 태어났으며, 이 하나를 만물의 어머니(萬物之母)라 했다. 그러한 창조의 원리와 순서에 대해 역(易)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저 때에 일기(一氣)가 엉켰으니…”라고 했다.

즉 무(無, 없음, 도)에서 유(有, 존재, 첫 물질)가 시작됐음을 말한 것이다. 그런데 유를 존재케 한 무에는 그 어떤 힘의 작용이 있었을 테니 필자는 그리 작용케 한 존재를 상제(象帝)라 정의했다. 상(象)은 실재하지만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형이상의 존재다. 따라서 도는 누구로부터 만들어지지도 태어나지도 않은 자이므로 신보다 먼저였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뒤이어 형이하의 존재인 천지 만물이 탄생해 온 우주에 아득히 펼쳐진 모습이 자연이다. 그리고 천상천하에 마치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만물이 한없이 쏟아져도 광대한 우주는 단 하나도 넘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기에 과학자들이 우주는 항상 팽창한다고 했을까?

이러한 도의 현묘한 이치에 대해 사람의 마음을 숙고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마음이 도이고 도가 마음이란 관점에서 궁구해보면 인간 자신이 도의 본질을 고스란히 내림받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아 볼 수 있다. 그리고 도와 가까워져서 도와 같이 되어야 할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자아 발견의 방편은 명상이 가장 좋다.
명상으로 완전한 무아에 들면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를 만큼 마음이 비워진다. 그렇게 텅 빈 마음은 온 우주를 다 품은 도와 같이 한량없이 광대해진다. 그리함으로써 미묘한 도의 이치를 다 깨달은 초월적 자아를 발견함과 동시에 온갖 지식과 온갖 지혜를 달관해 세속의 일까지 어떠한 것이든 걸림이 없이 처리한다. 그러한 자를 일컬어 인류의 스승으로서의 대종사 혹은 성인 또는 현자라 칭송한다. 설사 세속의 일에 관여하는 삶의 길을 택한다고 해도 한평생 행복과 평화를 성취한 자로서 위대한 인물의 반열에 오른다.

그러나 무아에서 한 생각이 일어나는 순간 쉴 새 없이 만물이 태어나듯 헤아릴 수 없는 번뇌가 연이어 일어남과 동시에 물질에 종속된 형이하의 이기적 존재로 돌변한다. 그리하여 세속에 탐착한 인간으로서 행복과 불행이 엇갈리는 운명이 펼쳐진다. 따라서 마음을 비우는 노력을 항상 실천함으로써 비워진 만큼 복과 덕을 입는다는 교훈을 얻고 이 장을 맺는다.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이미지 확대보기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