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제6장
도는 현묘한 골짜기를 통해 만물을 쉼 없이 낳고 길러준다고 하였다. 그 골짜기를 일컬어 곡신(谷神, 신령한 골짜기 신)이라 한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아득하고 아득한 그 옛날, 일원(一元)하게 잉태하고 있던 도의 정기 일기(一氣)를 필두로 만물을 면면히 탄생시키는 우주적 자궁을 그리 명명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깊은 골짜기 샘에서 솟아 나오는 물이 강이 되어 온 대지를 적시고 만 가지 생명을 낳고 길러주는 것과 같다. 따라서 곡신은 여성의 자궁과 같아서 곡신의 문이 막히면 땅은 황폐해져서 자연은 단 하나의 생명도 살아남지 못한다.
노자는 말했다. 곡신은 현묘한 암컷의 문이다. 천지 만물을 낳는 근원이며 “영원히 죽지 않는 골짜기 신”이라 하였다. 노자는 마치 마법을 부린 듯 인간의 인식 한계를 한없이 초월하였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구 한 모퉁이에서 북극성보다 높고 높은 도의 세계와 천지 만물 탄생의 현묘한 이치를 눈으로 본 듯이 써놓았으니 말이다. 하기는 인도의 저 위대한 성자 석가모니 붓다는 죽음 직전까지 가는 초인적 고행으로 가만히 앉아서 천상천하의 일을 다 보고 다 알았다고 하였으니 노자 역시 그 정도 지극한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닐까?
노자는 항상 "옛 성인에 의하면" 하고 말한다. 따라서 중국 상나라 때부터 전해오는 동이의 여러 기록을 보관한 주나라 서고의 도서관 관리인이었던 그는 여러 기서(寄書)를 탐독하고 붓다처럼 명상의 지혜를 빌어 깨달았을 수 있었을 것 같다. 그것도 아니면 도가 자연이고 자연이 도이니 자연현상에서 깨달아 그리 자세히 설명했을 수도 있겠다. 노자가 깨달은 도가 만물을 잉태하고 태어나게 하는 곳의 모양과 그 작용에 대하여 자세히 생각해보자.
그리고 동일한 그것을 현묘하다고 표현하고는 이렇게 서술해놓았다. 곡신은 죽지 않는다. 죽지 않는 곡신을 현묘한 암컷의 문이라 하고, 현묘한 암컷의 문이 바로 하늘과 땅의 근원이며, 그 근원에서 천지 만물이 면면히 태어나 존재하거니와 암컷의 문은 지치지 않고 부지런히 자식(自然)을 낳아 온 누리에 퍼져나가게 한다. 그리고 도가 낳은 자식 자연, 특히 초목은 푸르게 아름다움을 주고 탄소동화작용으로 세상을 맑게 하며 과일과 곡식으로 뭍 생명이 죽지 않고 살아가도록 한없이 덕을 베푼다. 실로 무위한 도의 DNA를 내림 받은 자로서 도와 자연이 둘이 아님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연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먹이사슬 간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개구리는 벌레를 잡아먹고 뱀은 개구리를 날짐승은 개구리를, 거기다가 먹이사슬 계의 최상위에 군림하고 있는 인간은 포악한 짐승 착한 짐승 가리지 않고 무엇이건 잡아먹는다. 거기다가 온갖 욕망에 매몰된 인간은 전쟁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 서로의 목숨을 초개같이 빼앗기도 한다. 그리 생각하면 자연이 다 도라고 단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종교 철학의 관점에서 흉악한 짐승이건 인간이건 그 영적 본심은 도가 아닌 자는 없다. 그러함에도 본심대로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그 영혼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까닭은 왜일까? 노자는 말한다. 출세 명예 권력 부귀 금은보화 등 얻기 어려운 것을 탐하는 욕심 때문이라고! 그러므로 탐욕을 버리고 도에 이르기를 바라는 종교와 철학의 영적 스승으로서 진리의 등불을 밝힌 성자와 성인이 있었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