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제9장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은 욕심에 눈이 먼 노름꾼 같아서 백만원을 벌면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이 벌려다가 패가망신하여 폐인이 되거나 죄짓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부귀하여 남부러울 게 없으면 겸손해야 하는데 교만하면 재앙이 미치게 마련이다. 예로부터 지극한 부귀를 누리면서 교만한 부자나 벼슬아치들치고 순탄한 삶을 누린 자들이 드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온갖 짐승 온갖 벌레들이 득실대며 먹이를 두고 아귀다툼을 벌이듯 사람 사는 세상도 다르지 않다. 부자가 돈 많다고 자랑하고 교만하면 온갖 아첨꾼, 온갖 사기꾼, 온갖 재주를 가진 도둑 등등이 모여들어 버러지처럼 재산을 갉아먹으려 들 것이다. 그리고 신분이 귀하면서 교만하면 타인을 무시하고 깔보기 마련이라 반드시 원한을 사서 해를 입는다. 그러므로 노자는 뜻을 성취하고 공을 이루었으면 물러남이 하늘의 도라고 했다.
하늘의 도는, 봄에 싹을 틔웠으면 물러나 틔운 싹을 여름에 무성하게 길러주고, 초목이 무성하게 다 자랐으면 여름에서 물러나 맺은 열매를 가을에 영글게 하고, 열매가 떨어져 씨앗이 흙에 묻히면 가을은 물러나 겨울을 맞아 깊이 잠겨 다음 생을 준비하다가 물러나 봄에 다시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순환을 계속하는 것이다. 즉 자신이 할 바 뜻을 이루었으면 물러남이 천지의 도에 순응한다는 뜻이다. 만약 봄이 할 바 싹을 틔웠는데 물러나지 않으면 싹은 자라지 못하고 비바람에 썩어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장량만은 초연했다. 부와 권력을 조금도 탐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 있다가 어느 날 말없이 조용히 자취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초야에 묻혀 지내다가 천수를 다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중국 역사에 길이 남았다. 반면 한신은 천군만마를 거느린 대장군으로서의 위용을 뽐내며 권력의 중심에 서려 하다가 왕후의 계략에 빠져 속절없이 참수당하고 말았다. 비슷한 예로 원나라를 물리치고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은 권력을 탐하는 공신 수천 명을 죽였다. 우리나라의 역사에도 그런 예는 많다. 대표적으로 조선 3대 임금 태종 이방원은 자신을 왕위에 오르도록 도왔으나 권력을 탐한 일등 공신을 모두 죽였다.
이렇듯 역사는 교훈을 남겼는데 부귀공명에 목매는 요즘 일부 정치인들의 조삼모사(朝三暮四)한 행태를 보면 나중에 어떤 재앙으로 자기 일신을 망치고 역사의 죄인이 될지 모를 일이다. 그물처럼 펼쳐져 있는 천지의 도는 굽은 것을 반드시 바르게 하고, 해를 입히는 것은 걷어내고 새롭게 해준다는 사실을 자연을 보면 알 수 있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