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경영칼럼] "안전한 주간회의"

글로벌이코노믹

[경영칼럼] "안전한 주간회의"

이병철 플랜비디자인 책임컨설턴트이미지 확대보기
이병철 플랜비디자인 책임컨설턴트
직장인 1~2년차만 지나도 처음 입사했을 때의 의욕은 온데간데 없고 에너지는 점점 줄어간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무의미하게 지속되는 업무 루틴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주간업무 회의가 빠질 수 없다. 주간업무 회의는 그 목적이나 용도만 보면 꼭 필요한 것에 동의한다. 지난 일주일간의 업무 진행과 다음 일주일간의 계획과 이슈에 대해 리더에게 보고하고 논의하는 이 회의의 존재 이유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큰 의미 없이 매주 해야 하는 루틴쯤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구인 구직 플랫폼 사람인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속한 조직의 회의 문화 만족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대상자 중 54%가 불만족 한다고 답했고,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진행 방식과 구성이 비효율적(38.2%)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 설문조사는 주간 업무 회의를 포함한 전반적인 문화를 다룬 것이긴 하지만 큰 차이는 없을 거라 생각된다. 진행방식과 구성(단순 업무 나열과 보고, 일방적 지시, 업무 포장, 상급 회의에 보고할 내용 정리, 팀장 훈화 등)은 주간업무 회의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특별한 고찰 없이 진행되는 주간업무 회의는 오래전부터 쭉 해왔고 그래서 지금도 계속하긴 하지만, 조직 성과에는 딱히 도움되지 않는 루틴이 되어가고 있다. 일이라는 것이 주 단위로 정확히 시작되고 맺어지는 것이던가? 특히 요즘처럼 비즈니스 환경이 복잡해지고 업무 영역이 잘게 쪼개져 협업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주 단위의 업무 보고는 오히려 성과 효율을 높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1~2주 안에 완결되지 않고 이어지는 일들이 많아 그것을 계속 보고해야 하는 팀원의 마음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여러 주에 걸쳐 같은 업무를 보고하다 보면 업무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오해를 사지않을까 걱정되기 마련이다.

팀장이 보기에도 주간업무 회의가 불필요한 루틴으로 여겨진다면 그 역할과 존재 이유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회의는 팀장과 팀원이 소통하는 중요한 자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간이 반드시 기존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과 사람에 대해 막힘없이 소통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그 시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주간회의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하는 B회사를 소개한다.

B회사의 구성원들은 주간업무 회의를 기다린다고 한다. 이 회사의 주간업무 회의는 ‘카페 모임’이라고 한다. 라운지 혹은 카페와 같은 공간에서 회의를 쉽고 편하게, 하지만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자는 뜻이다. 한 주에도 몇 차례씩 모여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각자의 일상과 재밌게 본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대화가 오고 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일 이야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러한 주간회의에 참여한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 종류의 이야기든 상사, 동료들과 편하게 공유하고, 어렵고 해결되지 않는 일을 부담 없이 털어놓아 일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B회사가 이런 회의를 하게 된 이유는 투명한 소통을 위해서였다. 사람들은 보고하기 껄끄러운 일, 예를 들면 실수나 잘못한 일이 있으면 종종 보고 시점을 놓쳐 더 큰 문제를 가져온다.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임에도 말을 하지 않는 바람에 더 큰 대가를 치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식의 주간회의는 리더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게 된다. 구성원들은 어려운 이야기도 좀 더 자연스럽게 나눠 누락되거나 늦게 알게 되는 일이 점점 줄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종의 안전한 그물망이 형성된 것이다. 정해진 양식에 맞춰 주별 업무를 기록하고 보고하는 회의를 하지 않아도, 중요한 이슈들은 이미 커피를 마시며, 혹은 라운지에서 이야기하면서 서로 논의를 마쳤기 때문에 업무를 효율적으로 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이다.

또한 이렇게 상사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되고 회사의 성장, 비전에 대해서도 이야기나 일을 통해 성취할 수 있는 개인적 성장 등에 대해서도 공유 할 수 있다.

주간 업무 회의를 이처럼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매주 반복되기만 하던 주간업무 회의가 성장을 위한 만남의 장으로 변화한다면 팀 성과를 높이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이병철 플랜비디자인 책임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