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제13장

그들은 악독한 천성을 드러내기 전에는 하늘도 감읍할 만큼 임금 환공에 대한 충성심이 깊었다. 특히 역아는 환공이 농 삼아 세상에 있는 고기는 다 먹어봤지만 사람 고기는 못 먹어봤다고 하자 그날 바로 집으로 가 하나밖에 없는 어린 아들을 죽이고 그 살을 베어 국을 끓여 환공에게 바쳤다. 환공은 처음 먹어본 인육 맛이 일품이라고 연신 감탄했다. 나중에 그 고기가 역아의 어린 자식인 줄 알게 된 환공은 역아를 세상에 둘도 없는 충신이라고 극찬했다.
그러자 질투를 느낀 수초라는 자는 환공 곁을 항상 지켜야 한다며 자신의 성기를 잘라 환관을 자처했다. 뒤이어 개방은 부모가 죽었는데도 환공 시중을 들어야 한다며 장례에도 가지 않았다. 환공은 그러한 셋을 역사에 길이 빛날 충신이라며 애첩보다 더 총애했다.
이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재상 관중이 죽기 전에 환공에게 유언을 남겼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자기 자신이고, 다음은 자식이요 부모다. 그런데 자신의 성기를 잘라내고 자식을 죽이고 부모 장례에도 가지 않는 그들 악독한 셋은 나중에 반드시 임금을 해칠 것이니 하루속히 내치라"고 간언하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환공은 관중의 말을 듣지 않았다.
두려워하던 관중이 죽자 그들 셋은 숨기고 있던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임금의 총애를 믿고 온갖 행패를 다 부렸다. 그런데도 환공은 늙어갈수록 더더욱 그들에게 의지했다. 그러다가 환공이 늙고 병들어 앞을 잘 보지 못하자 방 안에 가두고 방 주위에 담을 쌓아 임금의 명이라며 아무도 출입을 못 하게 했다. 신하들은 물론 왕비와 왕자들마저 출입을 막았다. 그리고 나라를 저들 마음대로 쥐고 흔들었다. 환공은 그제야 관중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아무도 구해줄 사람이 없어 결국 굶어 죽고 말았다. 환공이 죽은 뒤에 신하들에 의해 삼귀도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다.
이 역사의 실화는 순수하지 못한 이기적 사랑이 얼마나 냉정하고 위험한지 잘 말해준다. 중국 역사 초기 하(夏)나라는 말희라는 미인에게 현혹된 황제 때문에 망하고, 두 번째 왕조 은나라는 황제가 달기라는 미인을 총애하다가 망하고, 세 번째 왕조 주나라는 황제가 포사라는 미인을 총애하다가 망국이 시작됐다. 그리고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자신이 죽고 난 뒤에 생전에 총애하던 환관 조고와 재상 이사로 인해 나라가 망했고, 당나라 3대 황제 고종은 측천무후를 총애하다가 나라를 빼앗겼다.
그러므로 노자가 말하기를, 총애는 욕이 되므로 두려워해야 한다. 그리고 신분이 귀하면 제 몸과 같이 자신의 신분을 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환란이 미친다고 했다. 옛날이나 요즘이나 사람의 이기적 속성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사랑의 본질은 도와 같이 무위로 덕을 베풂인데 자신의 이익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배신하는 것쯤은 마음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 것 같다. 특히 남녀 간에 주고받는 사랑의 신의는 언제 버려질지 모르는 헌신짝에 비유되기도 한다.
배신에 의한 원한과 증오는 비단 사랑만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심지어는 친구 형제 부모와 자식 간에도 흔하게 회자되는 인간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그 모든 불의한 행위는 이익이 전제된다. 이익 정도에 따라서 사랑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 같다. 그러기에 세상은 언제나 원한과 갈등과 다툼이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노자는 베풀기만 할 뿐 다툼이 없는 도와 같은 세상을 꿈꾸면서 인간이 할 바 교훈을 도덕경 한 권에 남겨놓고 초연히 세속을 등졌던 것이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