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국가들은 2021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조 40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화석 연료에 투입했으며, 이중 약 30%를 석유 생산을 촉진하는 데 사용해 파리 기후협약을 위배했다고 아우이스트 프랜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G20 국가들의 파리기후협약 위반
지구 온난화 주범인 화석연료(석탄, 석유, 가스)에 대한 정부 보조금의 단계적 축소는 G20 국가들이 2009년 미국 피츠버그 정상회담 이후 계속했던 약속이었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대한 G20 국가들의 약속과 그들의 구체적인 행동 사이에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장에 에너지 위기가 닥치자 화석 연료에 대한 공적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약속을 위반하고 이를 계속해 지급하고 있다.
지난 22일 발표한 국제지속가능발전연구소(IISD)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G20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상승에 석유 및 가스 보조금을 2021년 대비 두 배로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2022년에 화석 연료에 쏟아부은 공적자금은 1조 4000억 달러로 소비자 보조금, 국영 석유 회사 투자, 공공 금융기관 대출 등에 사용됐다.
화석 연료에 쏟아부은 공적자금 중 9670억 달러는 에너지 위기로 전기 및 난방비로 곤란을 겪는 가정과 소비자, 기업을 돕기 위한 지원에 사용됐지만, 자금 중 4440억 달러는 석유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됐다.
이는 화석 연료 산업의 수익을 늘리고, 화석 연료 사용을 장려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역행하는 처사였다.
이에 IISD는 G20 국가들이 파리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가혹한 기후 변동을 방치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파리 협정은 온실가스 배출 축소 및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약으로, 협약의 2.1(c) 조항은 G20 국가들이 화석 연료에 대한 공적자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도록 했다. 2009년 미국 피츠버그 정상회담에서 이를 다시 확인했다.
IISD는 혹독한 기후 변동이 닥치도록 하는 것을 막으려면 G20 국가들이 파리 협정을 준수하고, 화석 연료에 대한 공적자금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에너지 위기에 따른 어려움을 겪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독일은 가족 수당을 약 270달러로 인상해 에너지 위기에 따른 곤란을 겪는 가정을 지원했다. 2022년 9월 식량, 임대료,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월 247달러에서 23달러를 인상한 바 있다.
이외에 공적 자금을 재생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에 대한 투자로 전환하거나, 화석 연료 산업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실행할 수 있다.
◇ 여전히 계속되는 화석 연료 의존
기후 변동과 에너지 위기는 화석 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에 발생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평균 1억 2300만 배럴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로 일부 국가에서는 석유 수요가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 석유 수요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도 2014년 크림반도 합병,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수출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러시아에서 디젤의 25%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중국, 인도 등 나머지 G20 국가들도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자 화석 연료 소비를 늘렸다.
G20 국가들은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재정난을 겪으면서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재생 에너지 투자와 에너지 효율 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IISD는 기후 변동을 최대한 억제하고 에너지 위기를 막으려면 G20 국가들이 파리 협정과 미국 피츠버그 정상회담 약속을 준수해 그간 화석 연료에 공적자금을 늘려온 정책을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가오는 9월 인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세계 석유 수요를 줄이기 위해 화석 연료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을 삼감 내지 중단하고, 재생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석유 소비 감소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