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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뉴델리 정상회담, 많은 숙제만 남기고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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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뉴델리 정상회담, 많은 숙제만 남기고 폐막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개막한 G20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이날 회원국들이 실무협상을 통해 공동성명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진=UPI/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개막한 G20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이날 회원국들이 실무협상을 통해 공동성명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진=UPI/연합뉴스
G20 뉴델리 정상회담이 이틀간 회의를 마치고 10일(현지시간) 종료했다.

세계 GDP 80% 이상, 국제 무역의 75%를 차지하는 G20은 이번 회의에서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곤경에 처한 세계 경제, 고조되는 기후 위기 등 글로벌 의제를 다루기보다는 상반된 이해관계나 지정학적 역학 문제를 다루는 데 그쳤다. 이에 서로의 이견을 좁히기가 여전히 힘들다는 점만 보여주고 민감 이슈에 대한 합의 도출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러시아 직접 규탄 합의는 없었지만, 핵무기 사용·위협 용납 불가로 압박


우선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 러시아에 대한 직접 규탄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모든 국가는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 모든 국가는 영토의 보전과 주권 또는 정치적 독립에 반하는 영토 획득을 추구하는 위협과 무력 사용을 삼가야 한다”라는 합의를 도출했다.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 “상황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평가가 있었다”라는 조심스러운 표현을 담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합의문에 전혀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핵무기 사용과 사용 위협은 용납될 수 없다”고 명시해 러시아를 압박하는 효과는 있었다.

러시아에 대한 규탄은 곡물과 식량 안보에서 두드러졌다. 이에 대해 큰 이견이 없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곡물, 식료품, 비료의 배송 보장, 식량 및 에너지 안보 관련 기반 시설에 대한 군사적 파괴 또는 기타 공격의 중단을 합의문에 담았다.

경제 및 금융시장 부문에서 “공평한 성장과 거시 경제 및 금융 안정성을 강화해 취약계층을 보호하자”라는 합의가 있었다.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들은 10월에 암호화폐 로드맵을 추진하는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기후 변화 의제에서는 석탄 발전 축소 노력 강화, 신흥국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자금 조달 촉진,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용량 3배 확대 등에 합의했다. 특히 탄소 배출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신흥국에 2030년까지 5조 8000억에서 5조 9000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G20 뉴델리 정상회담의 성과와 한계


정상회의 이전부터 합의문 도출에 가장 논란이 컸던 우크라이나 문제에서는 절반의 성취가 있었다. 세계 평화에 대한 원칙을 제시하고 간접적으로 러시아를 비난하면서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뉴델리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앞두고 몇 달 동안 인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문구에 대해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 규탄에 강하게 반발했다. 브릭스 회원국인 브라질과 남아공과 중국, 러시아 등의 반발로 명시적인 러시아 규탄은 결국 불발됐다.

우크라이나는 실망했지만, 이는 냉혹한 국제 질서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

인도는 합의 도출을 위해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신흥국 사이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노력했고, 의장 역할에 충실했다.

인도는 이번 행사를 주최하며 국제행사를 잘 운영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 주었고, 미국의 신뢰도 확보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합의문 도출에 대해 인도가 의장직에 있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일련의 결과적 단락을 포함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영토 획득을 추구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옹호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신뢰를 보냈다.

인도는 중국과 러시아에 간격을 두었지만, 불신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는 긴장감을 보여 주었다.

또한, 인도 스스로 성과로 내세우는 아프리카연합의 G20 가입이다. 신흥국 입장을 충분히 다룰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G20의 지평을 넓혔다. 신흥국도 화답했다. ‘인간 중심’과 ‘신흥국 관심 증대’를 지지했다.

G20 뉴델리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남은 과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20 합의문 도출 과정에 인도와 깊어진 유대를 보여주었고, 특히 오랜 준비 끝에 EU와 중동 및 인도, 미국을 연결하는 방대한 철도와 해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을 큰 성과로 제시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견제책이자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EU, 인도와 연대해 지키기 위한 전략의 진전이었다.

바이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연말 원유 감산 연장도 이번에 다룰 수 있었다. G20에서 빈살만과 만나 올해 최고치로 오른 유가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에너지 정책과 유가는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에게 경제 이슈에서 지배적인 주제가 될 수 있어서다.

2022년 바이든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단지 주먹 악수를 한 것에 비해 G20에서 모디 주선으로 바이든과 빈살만은 악수를 했다. 이것이 긍정적인 유가 시그널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끌었다. 결과는 추후 진행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의욕적으로 준비한 세계은행 개혁과 신흥국에 대한 자유 진영의 영향력 확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러시아에 대한 규탄 문제에서 브릭스 회원국인 브라질, 남아공 등이 러시아 입장을 두둔한 것은 아쉬웠다.

행사의 격이 다소 후퇴한 것도 과제로 떠올랐다. 중국 시진핑 주석을 대신해서 리창 총리가 참석했고, 푸틴은 아예 불참했다. 이런 선례는 앞으로 G20의 정상회담에 대리인 참석이 얼마든 허용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정상들이 대면으로 현안을 다루는 기회가 제한된다는 것은 국제 사회의 안정을 위해 좋은 일은 아니다.

아르헨티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G20에 비판적인 의견을 보였다.

오는 12월 임기를 마치는 그는 “직면한 문제에 대해 공통된 견해를 가지고 있었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위험한 난간을 따라 걸어가면서 우리는 말로만 양심을 진정시키는 것 같다”라고 G20에 회의적인 발언을 했다.

일부 국제 문제 전문가들은 이런 회의의 흐름을 지켜보고 G20은 다양한 구성원에서 보듯이 결론을 내리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인도는 ‘세계는 한 가족’이라고 G20의 의미는 규정했지만, 가야 할 목표를 제시하는 의미로 보였다. 이견이 적은 의제는 합의가 쉬웠지만, 갈등 의제에 있어 상호 불신과 견해 차이가 여전히 존재함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다음 G20 정상회의는 브라질이 개최한다. 올 12월에 인도가 맡은 순회 의장국 자리를 맡게 된다. 2024년 행사 개최도시는 리우데자네이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