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전기차(EV) 보급 확대로 운송 부문에서 휘발유 수요가 감소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로 정제 제품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정유업체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경고한다.
운송 부문 에너지 전환 속도 둔화
에너지 전환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최근 들어 힘을 얻고 있는 건 사실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EV 누적 판매량은 2억2500만 대”라고 예상했다. 이는 2021년 발표한 전망치보다 10% 낮은 수치다.
또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3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2021년 발표한 전망치보다 5% 낮다.
이는 당초 예측할 때 고려하지 못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변수,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경기 둔화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20년 이후 많은 변수로 각국의 재정적 여유가 없어지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재생에너지 전환 부문 투자와 소비가 줄어들어 에너지 전환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IEA는 2030년까지 운송 부문의 석유 소비 비중이 32%까지 감소하고, 석유화학 부문의 석유 소비 비중이 68%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V와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보급 확대, 재생에너지 발전의 증가, 석유화학산업 성장 등을 고려한 예측 수치다.
석유화학 부문 수요 증가
석유화학 제품은 플라스틱, 섬유, 윤활유, 화학약품 등 다양한 산업에 사용되는 필수 제품이다.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는 EV 보급 확대와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글로벌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2022년 대비 2.2% 증가한 1조7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IHS 마킷의 분석가들은 “EV 보급 확대와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로 휘발유·경유·제트연료 등 전통적 석유제품 수요는 감소하겠지만, 플라스틱·섬유·윤활유 등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여전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0년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규제 강화, 친환경 에너지 확대, 석유화학 산업의 성장으로 운송 부문의 비중은 계속 줄고, 석유화학 부문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중국은 현재 유럽 주요 연료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유럽의 여러 정유소가 문을 닫으면서 중국의 석유 정제 능력이 부각되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의 '잉여' 정제 능력이 올해 겨울 서구의 연료 부족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과 미국의 정유소가 폐쇄되거나 바이오 연료 공장으로 전환되는 동안 중국은 더 많은 정유소를 건설했다. 투자 과잉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중국의 투자는 현재로서는 옳은 판단이었던 셈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으로, 2020년에는 원유 총생산량이 1억9500만 톤, 수입량이 5억4000만 톤으로, 대외 의존도가 73.5%였다.
중국은 석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가공에 사용한 원유 대비 약 78% 수준을 석유제품으로 정제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2년 9월 기준으로 중국 정부가 정제유 수출 쿼터를 1000만~1500만 톤으로 상향했으며, 휘발유·경유·항공유 등의 석유제품을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EV 시장으로, 운송 부문에 석유 에너지의 감소가 예상되고 있으며, 태양광과 풍력, 원자력 등 탈화석 에너지 부문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다만, 경제 성장, 인구 증가, 도시화 등으로 화석 에너지 수요가 상대적으로 여전히 높다. 향후 얼마간 석유 소비가 증가하겠지만, 중국도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6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중국은 석유 에너지 가운데 운송과 석유화학 제품 비율이 각각 2022년 60.6%와 39.4%에서 2025년에는 53.8%와 46.2%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석유화학 부문이 상당히 빠른 추세로 늘어날 것임을 암시한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유산업이 결국 탄소 저감을 수행하는 동반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정유산업이 축적한 에너지 기술을 활용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결국 정유업계도 탄소중립 시대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화학사업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