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후퇴로 보거나 일시 조정으로 보는 등 상이한 견해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과 투자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점은 대체로 동일하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성장과 투자 변동
전기차와 배터리 부문에 대한 글로벌 투자 총 규모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약 1조 달러로 집계된다. 북미권 투자가 가장 활발해 약 4000억 달러(약 40%)정도가 투자됐다.
북미권은 투자가 가장 활발하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약 4,000억 달러정도가 투자되어, 글로벌 전체에서 약 40%를 차지했다.
미국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EV와 배터리에 약 1,7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유럽권도 같은 기간 약 3000억 달러로 글로벌 약 30% 정도를 투자했다.
중국과 아시아권의 같은 기간 약 2000억 달러를 투자해, 글로벌 규모의 약 20%를 차지했다. 중국의 EV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2608억 달러에서 2028년에 약 575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23년 들어 EV와 배터리 부문에 대한 판매와 투자가 줄고 있다.
수요는 2021년 330GWh에서 2022년 550GWh로 약 65% 증가했으며, 신규 EV 등록은 2021년 대비 2022년 55% 증가했다.
하지만, 카운터 포인터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에 글로벌 EV 배터리 용량은 전년 대비 54% 증가하고, EV 판매량은 43% 성장했다.
성장의 속도나 강도가 크게 약화된 것은 아니지만, 성장의 폭이 다소 둔화하고, 다소 하락 추세를 보인다.
또한, 2023년 1분기 전 세계 전기차와 배터리 부문에 대한 투자 규모는 약 20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원자재 가격 상승, 전기차 가격과 충전소 문제, 정부 보조금 정책과 규제, 반도체 수급난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 흐름이며, 조만간에 전기차와 배터리 부문에 대한 투자는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향후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평가받고 있다.
다양한 정책과 혁신으로 가격·충전·인식 개선 진행 중
우선 미국은 2030년까지 신규 보급하는 차량의 50%를 전기차로 공급하는 정책을 결정했다.
한편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2023년 4월에 승용차와 소형 트럭에 대한 탄소 배출 기준을 강화했다. 2027년 시행하며, 2030년까지 승용차의 평균 연비를 갤런당 55마일(약 15.3km/l), 소형 트럭은 갤런당 45마일(약 11.7km/l)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규제는 기업별 평균 연비 규제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기업이 생산하는 모든 승용차와 소형 트럭의 평균 연비가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초과한 만큼 0.1마일당 150달러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 규제가 시행되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보급이 더 확산될 수밖에 없다.
전기차 수요 둔화를 우려하지만, 미국의 전기차 비중은 중국, 독일, 노르웨이보다 훨씬 낮아 성장 여력이 크다. 올해 상반기 중국은 33%, 독일은 35%가 전체 승용차 가운데 전기차였다. 심지어 노르웨이는 신차 가운데 90%가 전기차였다.
2023년 미국에 판매된 신차 가운데 전기차는 전체 승용차 가운데 6.3%에 불과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6% 증가하는 데 그친 수치다. 2023년 미국에 판매된 전기차는 70만 대에 불과했다.
최근 UAW도 디트로이트 3사(GM, 포드, 크라이슬러)와 단체 협약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 협약을 체결했다. 2025년까지 디트로이트 3사가 생산하는 자동차 가운데 40%를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차로 생산하고, UAW 조합원들에게 전기차 생산 교육 및 훈련을 제공, 전기차 공장에 대한 투자 확대를 담았다.
특히, 정치적 논란이 된 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도 최근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6개 스위팅보터 주에서 승리해 당선에 성공했다.
이 중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오하이오 등 3개 주는 전기차 제조공장이 운영 중이다. 트럼프가 전기차를 포기하는 정책을 단행할 경우, 해당 주에 있는 유권자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고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트럼프의 재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트럼프가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이 시작단계이고, 여론조사 판세도 박빙이어서, 트럼프가 전기차를 포기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미국에서 전기차 구매 시점에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시행하는 것이 가격 인하에 도움을 주었고, 리튬 등 가격 인하로 2030년까지 배터리 팩 가격이 연평균 11%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전기차 가격은 2023년 평균 5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 하락했다. 1월에 5만 9000달러에서 9월에 4만 8000달러로 감소했다.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전기차 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이다. 이에,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이 17.31%에 달하는 6937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배터리 가격이 현재보다 4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판매 증가를 촉진할 것이다.
배터리 가격은 전기차의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기 때문에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 초기 구매 비용이 낮아져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층을 확대하고, 시장의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전소 문제도 개선되고 있다. 2023년 미국 전기차 운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53%의 응답자가 충전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고, 67%가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또한, 58%가 충전소 이용료가 비싼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미국의 충전소는 2023년 이후 크게 늘었다. 2023년 말 기준, 약 10만 개의 충전소가 설치됐다.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는 그간 불편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24년에도 충전소 확충에 5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며, 2030년까지 정부가 미국 전역에 50만 개의 충전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테슬라가 2024년 말까지 모든 전기차의 사용이 가능한 충전기 최소 7500개를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여타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충전소 증설에 동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개선과 투자로 인해 소비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있으며, 2024년 금리가 내려가고 친환경 선호가 부각되면, 전기차 시장은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