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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배터리, 유럽 시장 안착 난항…창청자동차 철수, CATL·SVOLT 공장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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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배터리, 유럽 시장 안착 난항…창청자동차 철수, CATL·SVOLT 공장 축소

품질ㆍ안전성 논란, 보조금 축소, 관세 폭탄까지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 유럽 진출에 어려움 봉착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 유럽 진출에 어려움 봉착 사진=로이터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들이 유럽 시장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유럽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 수준, 규제환경, 현지 기업들과의 경쟁 등으로 인해 예상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1일(현지시각) 닛케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창청자동차는 유럽 본사를 폐쇄하고 철수했으며, SVOLT와 CATL도 독일 공장 건설 계획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이는 지난 3월 T&E(Transport & Environment) 분석 결과,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 자동차의 거의 5분의 1(19.5%)이 중국에서 생산되었고, 2024년에는 4분의 1(2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향후 시장의 변화를 읽는 데 주요 시사점을 제공한다.

창청자동차는 유럽 본사를 폐쇄하고 모든 직원을 해고했으며, 배터리 기업 SVOLT는 독일 공장 건설 계획을 중단했다. CATL도 독일 공장 생산 규모를 축소하는 등 중국 전기차 산업의 유럽 진출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창청자동차의 유럽 철수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소형 전기차 Ora 03 모델의 낮은 안전성 평가, 독일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삭감, 그리고 브랜드 전략 부재 등이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특히, Ora 03 모델은 독일 자동차 전문지로부터 혹평을 받으며 소비자 신뢰를 잃었다.

이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유럽 진출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높은 품질ㆍ안전 기준, 현지 정서 반영 미흡, 정책 리스크 등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측면이 진출의 어려움으로 나타난 것이다.

배터리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창청자동차가 배터리 사업 진출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인 SVOLT의 독일 공장 건설 중단은 모회사인 창청자동차의 유럽 시장 철수와 맞물려 있다. 창청자동차의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배터리 수요가 감소했고, 이는 SVOLT의 투자 계획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EU의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견제 움직임도 SVOLT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CATL은 독일 에르푸르트 공장을 가동 중이지만, 당초 계획했던 14GWh에서 8GWh로 생산 규모를 축소했다. 이는 최근 독일 전기차 시장의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

독일은 2024년 4월 전기차 신차 등록 비중이 12.2%에 그쳐 전년 대비 2.5%p 하락했다. 정부의 보조금 폐지, EU의 2035년 내연기관 판매 금지 움직임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전기차 구매에 영향을 미쳤다. 판매량이 줄어 생산량도 줄여야 하는 구도가 된 것이다.

이는 최근 독일 전기차 시장 침체와 EU의 중국산 배터리 견제 움직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유럽 소비자들은 품질과 안전성 기준이 높다. 중국산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은 있지만, 품질과 안전성에서 유럽 소비자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유럽 시장은 이미 폭스바겐, BMW, 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이 업체들은 오랜 역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가 높다. 중국 업체들이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징벌적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자국 전기차 산업 보조금 정책이 불공정 경쟁을 초래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만약 EU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 전기차의 현 가격 경쟁력은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유럽 시장 진출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유럽은 중국 자동차ㆍ배터리 기업들의 주요 활로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이 시장을 포기할 수 없어, 향후 유럽 시장에 부합하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유럽 진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비야디(BYD)와 같은 일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유럽 시장에서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 역시 유럽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품질과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현지 맞춤형 전략을 강화해야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창청자동차의 실패 사례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에 유럽 시장 진출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중국 전기차의 최근 유럽 판매량은 늘고 있지만, 유럽 현지 기업뿐 아니라 테슬라 등 글로벌 경쟁사와 경쟁하려면, 친환경ㆍ안전 등 미래 자동차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과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결국, 유럽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ㆍ배터리 기업의 생존 경쟁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판매량 증대 등 유럽 시장 진출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일부의 철수와 축소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보여준 셈이다.

높은 진입 장벽과 규제, 그리고 기존 유럽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국 전기차의 끊임없는 노력과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