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100개 이상 국가의 연간 전력 소비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이러한 막대한 전력 소비의 주된 원인은 우리 일상에 깊이 파고든 디지털 서비스다. 클라우드 컴퓨팅, 스트리밍 서비스, AI, 빅데이터 분석 등 현대 사회의 핵심 기술들이 24시간 가동되는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필요로 한다. 편리한 온라인 서비스 이면에 숨겨진 에너지 비용이 천문학적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이에 대응해 빅테크 기업들은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설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또한 AI를 활용한 데이터 센터 효율화, 고효율 서버 개발 등 기술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빅테크의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재생에너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와 전력 기업들은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전력망 안정성 확보, 데이터 센터 입지 경쟁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경제, 특히 제조업 분야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에게도 데이터센터용 고효율 서버 및 냉각 시스템 시장이 새롭게 열리고 있다. 한화큐셀과 같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두산중공업 등 풍력발전 설비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확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에너지 효율의 기술 혁신도 시급하다. LS일렉트릭, 현대일렉트릭 등 전력 기자재 업체들은 전력변환장치(PCS),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효율적 전력 관리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린 제조 프로세스 도입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협력사 선정 시 친환경 생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 및 협력사들의 RE100 참여 및 친환경 생산 체제 구축이 시급해졌다.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참여도 새로운 기회다. 한전, 한국전력기술 등 전력 인프라 기업들의 글로벌 프로젝트 참여 기회가 확대되고 있으며, 해상풍력, 수소 등 새로운 에너지원 관련 인프라 구축 사업도 늘어나고 있다.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 개발도 중요하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화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하며, 중소 SW기업들에게 에너지 관리 솔루션 시장 진출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빅테크의 전력 소비 문제는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닌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도전”이라며 “이는 위기이자 동시에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위한 혁신의 기회”라고 말한다.
결국, 빅테크의 전력 소비 증가는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환경적, 기술적, 경제적 과제 중 하나로 부상했다.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미래 에너지 시스템과 기술 발전의 방향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빅테크의 에너지 혁명, 그 파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혁신해 나가느냐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