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가 고조되면서 투기등급(정크등급) 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기업들은 주주 배당을 위한 차입에 나서는 등 2008년 금융위기 이전과 유사한 징후들이 감지되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현재 채권시장에 나타나는 이런 투자 심리는 지나친 낙관론에 기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 개선과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를 자극하고 있으나, 이는 실물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괴리된 현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기업들의 과도한 차입 의존도를 보여주는 레버리지드 금융(차입을 통한 자금조달)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는 마치 개인이 갚을 능력 이상으로 대출을 받아 투자하거나 소비하는 것과 유사한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전체 금융시스템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벨론 인터내셔널의 사례는 현재 채권시장의 과열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회사는 9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44억 유로의 주주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는 마치 개인이 대출을 받아 주식투자 수익금을 인출하는 것과 유사한, 위험한 재무적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가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이 아닌, 빚을 내어 주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회사의 재무구조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러한 대규모 차입이 주주 배당이라는 비생산적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현재 채권시장이 얼마나 위험한 수준으로 과열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더욱이 최근의 채권 발행은 기업들의 평균 이자 부담을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 미국 하이일드 지수의 평균 채권 금리는 2022년 초 5.7%에서 현재 6.34%로 상승했다. 0.64%포인트의 상승은 언뜻 작아 보일 수 있으나, 수백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경우 연간 수억 달러의 추가 이자 비용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지정학적 위험과 물가상승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과도한 차입에 기반한 금융시장의 낙관론은 향후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채권시장은 단기적 낙관론과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위험한 균형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실물경제 지표 악화나 예상치 못한 금융 충격이 발생할 경우, 현재의 과열된 시장 심리가 급격한 조정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의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