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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스타링크에 맞서 106억 유로 위성통신망 '아이리스2'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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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스타링크에 맞서 106억 유로 위성통신망 '아이리스2' 구축

스타링크 독점 깨고 우주 주권 확보... 美·中·러 경쟁 격화 예고

우주에서 내려다 본 유럽의 야간 전망.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주에서 내려다 본 유럽의 야간 전망.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스타링크 독점에 맞서 사상 최대 규모의 위성통신망 구축에 나서면서 글로벌 우주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각) EU가 106억 유로(약 15조1000억원) 규모의 '아이리스2(Iris²)'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EU가 추진하는 세 번째 우주 인프라 사업으로, 갈릴레오 항법 시스템과 코페르니쿠스 지구관측 네트워크에 이어 유럽의 우주 전략을 완성하는 핵심 고리로 평가받는다. EU는 2030년 초까지 290개의 위성을 지구 상공 2000km 이하의 저궤도와 2만km 이상의 중궤도에 배치해 독자적인 통신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다중 궤도 배치는 통신 지연을 최소화하고 광범위한 지역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주목할 점은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통신 인프라 구축을 넘어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는 6000여 개의 위성으로 100개국 이상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연간 7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글로벌 위성통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EU 국방산업우주 담당 티모 페소넨 사무총장은 "자율적이고 안전한 연결성이 EU에 필수적"이라며 이번 프로젝트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혁신적인 관민협력 모델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전체 비용의 61%는 공적자금으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유텔샛(20억 유로 투자), 히스파샛, SES 등이 주도하는 스페이스라이즈 컨소시엄이 부담한다. 에어버스, 도이치텔레콤, 탈레스 등 유럽의 주요 우주·통신 기업들도 참여해 12년간 설계부터 운영까지 전담하게 된다.

아이리스2(Iris²)는 일반 기업과 가정을 위한 상업용 광대역 서비스뿐 아니라 국경 감시, 재난 대응, 군사 통신 등 정부용 보안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정지궤도 사업 쇠퇴로 어려움을 겪던 유럽 우주산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하고, 나아가 유럽의 국방·안보 역량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1월 트럼프의 취임은 아이리스2(Iris²) 프로젝트에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스페이스X에 대한 지원 강화와 EU와의 기술 협력 제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톈왕' 위성통신망 구축을 추진 중이며, 러시아도 독자적 위성통신 시스템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우주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누리호 발사 성공과 달 궤도선 다누리호 운용 등 독자 우주개발 역량을 갖춰가고 있는 한국은,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전환되는 우주 산업에서 전략적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특히 한화시스템, KT SAT 등 민간 기업들의 위성통신 사업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EU나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특히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가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국가 간 경쟁 심화에 따른 규제 리스크도 증가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U의 아이리스2(Iris²) 프로젝트는 미국 중심의 우주 산업 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주 기술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을 촉진할 것이다. 다만 국가 간 경쟁 심화에 따른 갈등 가능성도 있어, 협력과 견제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