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로 인한 실질 경제 피해는 글로벌 GDP의 10~23%까지 감소할 수 있지만, 현재의 경제 모델은 0.2~2%만 반영하고 있어 향후 경제 예측이나 투자 결정에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고 독일의 일간지 타즈가 보도했다.
◇ 기후 분석 모델의 적용에 대한 논란
논란의 요지는 2018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가 개발한 '시장경제가 자연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설명하는 모델'이다.
이 모델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얼마나 클지를 보여주는 연구 모델로 학계와 시장의 큰 호응을 얻으며 경제적 피해를 예측하는 데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기후학자들은 이 모델이 기후변화를 읽는 과학의 최신 정보를 반영하지 못해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완 필요성을 거론한다.
지난 1월 25일, 워싱턴포스트의 크리스 무니는 이 모델이 2100년까지 지구 온난화로 연간 세계 GDP가 0.2~2%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는 터무니없이 적게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패널인 IPCC의 보고서와 비교했을 때 너무 큰 차이를 보인다. 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약 4도 온난화는 세계 GDP를 10~23%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런던에 기반을 둔 비영리 싱크탱크 카본 트래커도 노드하우스 모델이 기후변화 불확실성과 광범위한 파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사안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기후 과학자들은 현재,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1도 상승했고,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계속되면 2030년대 1.5도, 2050년대에 2도 상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기후 시스템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전환점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에 도달하면 기후변화나 피해를 예측할 수 없고, 복구도 곤란해 매우 심각한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우려한다.
◇ 잘못된 예측이 초래하는 문제들
이들은 잘못된 예측을 근거로 한 대응이 기후변화 대응을 지연시키고 피해를 더 키우고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엔이나 국제 식량 기구를 비롯해 정부의 기후 변동에 대한 재정 배분의 왜곡, 기업이나 투자가의 투자 판단 오류, 기후 변동을 초래하는 기업 규제 실패, 금융기관들의 투자 실패 등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G20이 모두 속한 금융안정위원회(FSB)는 4도 온난화가 주가 하락을 3~10% 정도만 가져올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잘못된 예측 모델을 토대로 전망한 대표적인 사례다.
4도 온난화는 기후 위기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4도 상승하면, 해수면 상승, 극한 기상 현상, 생물 다양성 손실 등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IPCC의 보고서는 4도 온난화가 세계 GDP를 10~23% 감소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주가가 3~10% 정도 하락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이다.
FSB 예측은 경제적 피해를 과소평가하고, 이는 잘못된 정책 대응과 왜곡된 투자 조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미국의 투자 자문회사인 머스는 '기후 리스크와 재무적 성과'(2020년 10월 발행)에서 2도 온난화 시나리오(모델링 기간 2050년)가 신흥 시장, 인프라, 부동산, 목재 및 농업 분야 주식에 대해 수익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신흥 시장이 기후변화에 적응하려고 인프라에 투자할 경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진단이었다.
하지만 2021년과 2022년에 기후변화로 발생한 자연재해로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이런 손실은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기관투자가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자금을 잘못 투자할 경우 개인은 물론 국가, 전 세계에 큰 손실을 줄 수 있다.
이외에 큰 손실을 본 사례는 많다. 2018년, 영국의 금융회사인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은 2021년에 석탄 광산이 기후변화로 폐쇄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골드만삭스도 2022년에 석유와 가스 회사에 투자했다가 주가 하락으로 큰 손실을 보았다.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사들도 예기치 못한 대형 자연재해로 보험금이 늘어나 부담을 겪고 있다. 국제 재보험사인 스위스리 산하 연구소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6월 자연재해로 발생한 전 세계 보험지급액은 약 500억 달러(약 66조5200억원)에 달했다.
통상 보험사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모델링을 통해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과 이에 따른 예상 피해금액을 추정해 보험료를 징수하는데 정확히 측정하고 평가하지 못해 보험업계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 대안은 무엇인가?
일부 기후학자들은 잘못된 기후 변동 경제 영향 모델이 막대한 피해를 유발함에도 기존의 모델 활용이 여전한 것은 이런 연구가 기후 과학자들이 아닌 다른 경제학자들에 의해 검토되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기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계산에 기존 모델을 사용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연구 성과에 국한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고, 복잡한 현상이어서 권위 있는 모델을 활용하지 않으면 분석과 진단을 신뢰하지 않는다. 오류가 있다는 비판에도 기존 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존 모델이 통용된다.
이에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제대로 예측하고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후 과학자와 경제학자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문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해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또한 과학 잡지에 게재된 기후변화 연구 결과를 금융시장 참여자가 더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개 자료만 잘 봐도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도 기후 변동 피해가 천문학적으로 커짐에 따라 기상청을 중심으로 기후 변동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잘못된 모델 분석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줄여 나가려는 국제 사회의 흐름을 참고해 우리도 이번 기회에 기후학자와 경제학자 사이의 소통을 강화하고 금융시장의 피해를 줄여 나가는 노력을 늘려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