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사우디와 방위조약 논의…美의회 반발에도 강력 추진하는 이유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1

美, 사우디와 방위조약 논의…美의회 반발에도 강력 추진하는 이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은 2022년 7월 사우디를 방문해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은 2022년 7월 사우디를 방문해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의 안보와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위한 새로운 방위조약 수립을 논의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새로운 방위조약 체결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동아시아 동맹국인 일본·한국과 맺은 조약과 유사한 조건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방위 지원을 강화하고, 이란 대응 지원을 조약의 주요 내용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의 위협으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새로운 방위조약을 통해 이란 위협에 대응하고, 여전히 이란보다 군사적 열세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를 위해 새로운 방위조약을 통해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려 한다.
미국은 이란을 중동의 공통된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아랍 국가들 사이의 협력을 모색해 왔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아랍 국가들과 동맹을 맺었지만, 지난 3월 중국의 중재를 통해 이란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또한, 이 조약이 체결될 경우 미국의 사우디에 대한 영향력이 다소 복원되어 석유 감산으로 인한 글로벌 유가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안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어,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 증산을 요구할 때 혹은 감산 자제를 요청할 때 사우디아라비아가 거부하기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 협력이 강화되어, 중동의 안정이 유지될 경우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 지역인 중동의 불안정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사우디의 빈살만 왕세자는 미국과의 방위조약을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관계 회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새로운 협정에 관한 회담에 따르면 현재 2700명 정도 주둔하는 미군 증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양국 간에 논의되는 방위조약은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한국 관계를 모델로 한다. 미·일 안보 조약은 미국이 일본에 기지를 제공하는 대가로 일본을 방어할 의무가 있다. 일본 관할 지역에서 공동으로 대응하며, 영토 밖에서 일본은 미국의 지원을 위해 싸울 의무가 없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또한 양국에 대한 공격에 공동 대응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수준의 조약을 체결하면 서로의 영토와 주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의무가 발생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안보 협력이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한국 수준으로 매우 강력해진다는 의미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토와 주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의무가 생기고,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 영토와 주권을 방어하는 데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의무가 생긴다.

새로운 방위조약에서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방위 지원은 최신 군사 장비와 기술을 제공, 훈련 및 교육 강화, 미사일 방어 시스템 강화도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안보에 큰 도움이 된다.

한편, 미국 의회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약 체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인권에 중점을 둔 바이든 행정부는 2018년 터키에서 저명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살해에 왕세자가 책임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을 무시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란 대응을 지원하는 것이 중동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이 속한 민주당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바이든은 이런 우려를 설득하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를 올해 안으로 처리하려고 한다. 군사 안보적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당장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가가 100달러 선에 육박하는 것을 가급적 빨리 안정시키려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안보 협정 체결이 좀 더 가시화되고 실제로 성과를 내면 유가의 구도적 상승 우려는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크고, 2024년 유가는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될 수 있다.

새로운 안보 협력이 체결될 경우 빈살만이 그간 추진한 석유 감산과 중국과의 관계 강화, 브릭스 회원국 가입 등 미국 흔들기가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빈살만의 영향력이 더 확대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