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우크라이나의 참담한 모습과는 대조적이라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효과 논란마저 일어날 정도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경제는 역사상 최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전쟁은 우크라이나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으며, 향후 몇 년 동안 이 나라의 경제 활동이 무척 어려울 것임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과거의 경제 위기와 2014년 크림반도 합병에 대한 서방의 첫 번째 제재로 푸틴 경제팀이 위험을 잘 관리하는 방법을 학습한 것이 이번 제재에서 회복력을 발휘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본다.
또한, 크렘린은 2024년 국방비 지출을 거의 70%를 늘릴 계획인데, 이것은 모스크바가 서방 제재와 상관없이 우크라이나와의 장기 전쟁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만큼 재정적 여력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푸틴은 지난 10월 “우리는 제재 이후 발생한 모든 문제를 잘 극복했으며, 이제 발전의 다음 단계를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2024년 재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라고 주장할 정도다.
실제, 국방 거래와 석유 판매 급증으로 모스크바에는 돈이 넘쳐나고 있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목격자들은 모스크바 거리에서 고급 자동차를 여전히 많이 볼 수 있으며, 고급 쇼핑과 식사도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러시아 사회가 “전쟁에 대한 걱정을 멈추는 법을 배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 경제의 회복력은 몇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에너지 자원이 서방 제재를 어느 정도 상쇄해 주고 있다. 둘째,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와 같은 신흥 시장과의 교역을 늘리고 있다. 셋째, 러시아 정부는 국방 지출을 늘리고 경제를 통제하는 방식을 바꾸면서 제재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얻고 있다.
특히, 이들은 그간 석유 판매에 대한 제재를 우회하려고 대규모 섀도우 함대와 함께 금융 인프라도 구축했는데, 이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의 회복력은 오래 계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
경제학자들은 러시아의 이런 수치를 두고 전시 경제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착시 현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서방 지도자들도 제재가 마침내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러시아 경제가 전쟁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재의 여파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럽외교협의회(Europe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24년 말이나 2025년 초에 경제적 불이익이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내놓고 있다.
한편, 유럽외교협의회는 제재의 목표가 세계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세계 9위의 경제 대국의 붕괴를 촉발하거나 정권 교체를 가져오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끝내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도 제재로 인해 일반 러시아인의 삶은 피폐해졌지만, 일부 부유한 모스크바 시민들만 전쟁의 피해 없이 여전히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의 회복력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러시아 경제가 석유와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군비 지출 증가로 인해 경제가 장기적으로 침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서방은 러시아 제재를 더욱 강화할 계획으로 있어, 러시아 경제가 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2024년은 러시아에 대선과 전쟁의 계속, 경제의 성장 여부 등이 병행해 일어날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