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와 한국은행은 긴급회의를 열고 서둘러 구두 개입까지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가까스로 반등한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고유가·고환율, 국내 물가 자극 가능성 커져
16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5.9원 오른 1389.9원에 개장해 장중 상승폭을 키우면서 한때 1400원 선을 터치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11월 7일(장중 고가 1413.5원) 이후 약 17개월 만이다.
주식시장도 중동지역 긴강 고조 여파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8% 내린 2609.63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2.30% 내린 832.81로 집계됐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정부도 필요시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비상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시장이 우리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과 괴리돼 과도한 변동성을 보일 경우에는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당국(기재부·한국은행)도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구두 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이 공식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은 이례적으로 최근 시장 불안감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제는 중동 사태 등 대외변수들로 인한 경제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고환율·고물가는 가뜩이나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던 국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개선 흐름 보이던 국제무역 수지에도 악영향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지난 1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지난달까지 수입물가 상승세가 이어진 것은 국제유가가 오른 탓인데, 이달 들어 환율과 유가가 더 치솟으면서 수입물가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린다.
유가가 어디까지 치솟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중동 분쟁이 극단으로 치달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질 경우 현재 배럴당 90달러대인 국제유가가 13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까스로 반등에 성공한 무역수지 악화 우려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국내 제품의 글로벌 시장 가격경쟁력이 제고돼 수출에 긍정적이지만, 과거와 달리 우리 기업들이 저가 경쟁을 벗어나 품질 경쟁을 하고 있어서 수출 증대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유가·고환율이 심화되면 무역 흑자 폭이 줄어들거나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리면 성장에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