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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반도체의 도전, 인재와 보조금 확보 등 갈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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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반도체의 도전, 인재와 보조금 확보 등 갈길 멀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생산량의 20% 확보 노려

AI 붐으로 전 세계 반도체 투자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세계 3대 시장 가운데 하나인 유럽도 반도체 투자에 대한 열기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특히, 최근 계속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유럽 방문도 예사롭지 않다.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차질이나 아시아에 대한 의존 탈피, 자기 주도성 확보라는 관점에서 유럽도 반도체 투자에 대해 다시 열정을 회복하고 있어, 우리에게도 투자 기회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첨단 반도체 제조는 수많은 산업이 결집된 결과물로 유럽이 반도체에 대한 열정과 투자만으로 짧은 시기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고 3일(현지시각) 닛케이가 보도했다.

◇ 유럽 반도체 산업의 과거와 현재


유럽의 반도체 산업은 오랜 시간 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으로 인해 투자 유치와 지원책이 제시되면서 과거와 같은 활기를 회복하고 있다. 이는 TSMC, 인피니언 등 대형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반도체 투자의 활기를 상징하는 곳은 독일의 드레스덴이다. 이 지역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럽 칩 제조의 중심에 있었다. 1996년, 미국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가 농지를 매입하여 컴퓨터용 프로세서 칩을 생산하기 위한 거대한 클린룸을 건설했다. 10년 정도 지난 또 다른 미국 회사인 글로벌파운드리가 이 시설을 매입하여 주요 공급업체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거의 20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유럽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인식과 투자가 부족했다. 미국이나 아시아 지역에 비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적었고, 기업들의 투자도 부족했다. 이로 인해 유럽의 반도체 산업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유럽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다른 주요 산업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특별히 이 부문에 예외적인 투자나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했고, 필요한 제품은 언제든 수입해 사용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다.

반도체 투자에 진심인 EU.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투자에 진심인 EU. 사진=로이터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첨단 칩의 경우 1990년대 유럽이 전 세계 생산량의 44%를 차지하며 세계를 주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력은 사라진 지 오래이며, 현재 아시아가 첨단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유럽반도체산업협회(ESIA)에 따르면, 전 세계 칩 생산 능력에서 유럽연합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약 8%로, 1990년대의 10%에서도 감소했다. 빈약한 실력을 잘 대변하는 통계이다.

미래의 산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EU 칩 산업을 부흥하려면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EU는 반도체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는 전자제품 산업 전략을 마련했다. 100억 유로의 인센티브 패키지를 지원하였지만, 투자금이 산업의 부흥을 가져오기에 적었고, 대중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일시적 효과에 그쳤다.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고, 아시아의 기업들이 너무 잘 했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손해로 이어지자 그만두게 되었다.

그것이 코로나 이후 공급망 불안과 미중갈등 고조, AI 붐 등으로 인한 첨단 반도체 칩의 자체 생산의 중요성 부각 등으로 달라졌다. 예를 들면, 독일 에서는 핵심 산업 기반인 자동차의 경우도 전장화가 진행되면서 첨단 칩의 수요가 급증한 것도 주효했다. 반도체가 없으면, 고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독일 산업계와 소비자, 정치인, 언론인에게 경각심을 주었다.

2022년에 미국과 일본에 이어 2030년까지 현지 생산량을 10%에서 20%로 늘리기 위한 430억 유로 패키지를 포함하여 칩 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EU의 기술 주권과 경제적 회복력을 높이려는 대응 조치였다.

이후 다시 천문학적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에 진출하거나 확장하는 기업 중에는 독일 최고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피니언과 주요 자동차 공급업체인 보쉬가 있다. 인피니언은 50억 유로(53억3000만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고, 보쉬도 30억 유로(약 32억3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독일과 다른 지역에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도 100억 유로(약 107억7000만 달러) 규모의 반도체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며, NXP, 인피니언, 보쉬의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글로벌파운드리도 이 지역에 수십억 유로의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유럽 최고의 애플리케이션 지향 연구 기관인 프라운호퍼도 드레스덴에서 차세대 첨단 칩 패키징 기술 및 메모리 솔루션 컴퓨팅을 위한 R&D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투자는 유럽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유럽 반도체 산업 부흥의 제약 요인


하지만 유럽의 반도체 산업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크게 세 가지이다. 보조금 지원 규모와 체계, 우수한 인재 공급, 시장 확보다.

먼저,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정부의 지원과 기업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활력을 불어넣은 정부 정책과 재정적 지원조차도 특히 미국, 일본, 중국의 노력과 비교할 때 산업을 활성화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미국은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에 86억 달러의 보조금과 110억 달러의 대출을 제공했으며, TSMC에 66억 달러, 삼성에 64억 달러를 지원했다. 네 번째 회사인 메모리 칩 제조사인 마이크론도 AI 컴퓨팅을 위한 첨단 메모리 생산에 61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이 지원금은 앞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일본도 TSMC, 삼성전자, 마이크론에 자국 내 투자 계획의 약 40% 이상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중국은 반도체를 미래 산업의 총아라고 판단하고, 미국의 견제에도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일부 성숙 및 첨단 공정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EU는 아직 보조금 지급을 확정하지 않았으며, 개별 회원국은 이런 지원에 상응하는 공적 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칩 제조업체들이 이를 신청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며, 독일은 칩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일부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한편, EU 반도체 생산 투자 계획의 특징은 실용성이다. 대부분은 성숙 공정 위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 산업 기반과 맞물린 자동차, 일부 소비자 전자 응용 분야에서 먼저 성과를 내고, 그를 바탕으로 기술 축적과 지원에 대한 여론 지지를 받아 첨단 공정 투자로 나가려 하는 것이다. 이는 지속성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이유는 인재 부족이다. 반도체 산업은 매우 전문적인 분야로, 인재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수많은 공정에서 숙달된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공정 과정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드레스덴 지역에는 반도체 분야에 약 30,000명의 전문가가 있지만, 새로운 투자로 인해 2030년까지 반도체에만 27,000명의 전문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TSMC가 국립 대만대학교와 드레스덴 공과대학교를 포함한 3개 독일 대학 간의 인재 교환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반도체 제조 전문 지식은 하룻밤 사이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인력 관리, 노사 관계 및 직장 문화의 차이도 큰 걱정거리 중 하나다. 이미 미국에서 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데, 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만과 한국에서는 반도체가 제1의 산업으로 민관이 모두 이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려고 하지만, 유럽과 독일의 경우, 여전히 많은 산업 중 하나일 뿐이다.

시장 확보도 중요 과제 중 하나이다. 유럽은 반도체의 최종 시장이 아니다. 미국이나 아시아 지역의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유럽의 반도체 기업들이 더 기술력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반도체 칩의 공급처 교체는 뛰어난 제품 경쟁력과 가격 우위를 점해야 가능하다. 여기에 도달하기 까지는 투자는 비용이다. 이를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 유럽이 2차 부흥에 나섰다가 중도에 포기한 것도 이점 때문이었다. 물론, 유럽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최근의 투자와 노력은 유럽의 반도체 산업이 다시 살아날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유럽의 반도체 산업 부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충분한 저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유럽의 반도체 산업이 세계 경쟁력을 다시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