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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수입 급감에 비전 2030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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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수입 급감에 비전 2030 축소

2023년 석유 수입, 전년 대비 26.5% 줄어, 석유 수입이 국가 수입의 63% 차지해 충격 커

사우디아라비아 경제가 석유의 저주에 직면했다. 석유를 무기로 전 세계를 호령하려던 계획이 2022년 정점을 찍은 후 유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힘을 잃고 있다.

사우디 경제, 석유 수입 급감에 고통 가중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 경제, 석유 수입 급감에 고통 가중 사진=로이터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미만으로 장기간 유지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가발전전략인 비전 2030 계획도 일부 철회했다고 14일(현지시각) 중동 언론 알모니터가 보도했다.

사우디 재무장관 모하메드 알 자단도 석유와 같은 한 가지 상품에 의존하는 경제는 세계 수요와 가격 변동성에 큰 영향을 받는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준다면서, 유가의 변동성 문제에 대해 이제 석유로부터의 수입을 예측할 때 이제 사우디아라비아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입의 약 63%는 석유에서 나오며, 현재 세계 최대의 원유 수출국이지만, 유가 하락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다변화를 추진하는 비전 2030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2022년 여름 이후 유가가 세 자릿수에 도달하지 못하고, 유가 하락으로 석유 수입이 예상보다 더 감소하면서 비전 2030 계획마저 일부를 수정하고, 네옴 프로젝트 투자 규모도 축소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공식 발표한 유가 목표 가격은 없지만, 2023년 예산안을 기준으로 추정해 보면, 2023년 예산안에 배럴당 80달러의 유가를 기준으로 세웠다. 하지만 유가는 큰 변동성을 보이며, 평균 70달러 중반대에 머물러 목표치보다 약 5달러 이상 낮은 수준이었다.

이런 유가 하락으로 인해 사우디의 석유 수입은 예상보다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정확한 감소액을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2023년 석유 수출이 전년 대비 26.5%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의 수입 감소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수출량은 2022년 3월 1,131억 리얄(한화 약 40조 487억 원)에서 2023년 3월 831억 리얄(한화 약 29조 4,257억 원)로 급감했다.

모하메드 알 자단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생산량 조절, 석유 외 수입(국부펀드 투자 등)이 예상보다 높아, 유가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세수에서 최악은 피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사우디는 석유 수입 감소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비전 2030 계획 추진 및 재정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정도이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장기간 유가가 불안정하자 향후로도 석유 수입 예측에서 낙관적 전망보다는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 시에도 재정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 지출 규모 조정에 나선 것이다.

재정 상황이 예상보다 어렵자, 최고 실세인 왕세자 빈살만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비전 2030 핵심 프로젝트인 네옴 프로젝트의 투자 규모도 축소했다.

1조 5천억 달러 규모의 녹색 메가시티 프로젝트인 네옴 가운데 가장 핵심 하위 프로젝트인 더 라인 규모를 원래 15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할 규모에서 약 30만 명으로 당초의 20% 수준으로 대폭 축소한다고 4월에 발표했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비전 2030 계획은 녹색 에너지, 기술 및 관광과 같은 부문에 투자해 석유 의존도에서 벗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를 다각화하는 것으로, 재정 투입의 최우선 순위였지만, 석유 수입이 기대 이하에 머물자, 국가전략을 수정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고, 이제 재정 안정성 확보에 더 무게를 두게 된 것이다.

한편, 석유 수입 감소는 사우디아라비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 재정 적자 규모를 키울 수 있으며, 해외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전 2030 계획 목표 달성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경제 둔화는 중동 전체 GDP의 약 25%를 차지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우리에게도 사우디아라비아 경제 둔화는 희망적 뉴스가 아니다. 네옴 시티 투자를 노리던 건설 및 플랜트 수주 기회가 감소할 수 있고, 사우디 아라비아 투자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수출도 줄 수 있다.

이처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수입 감소는 사우디아라비아 경제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기업은 사우디아라비아 경제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