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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은 '구조개혁' 이복현은 '배임죄 폐지'…소신행보에 부처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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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은 '구조개혁' 이복현은 '배임죄 폐지'…소신행보에 부처 '들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이은 소신 행보로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이 관계부처와 협의 없이 사견을 전제로 '배임죄 폐지론'을 꺼내 들면서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농산물·식료품 물가가 해외보다 높다며 유통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반박하면서 통화당국과 정부 부처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 사회의 예민한 의제에 대해 누군가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소신 행보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그러나 통화·금융당국이 자신들의 핵심 업무와 동떨어진 의제로 논란의 중심에 자꾸 서게 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피로감이 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법무부 장관도 조심스러운 '배임죄 폐지'에 이복현 앞장


23일 정치권과 금융권, 학계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이 던진 '배임죄 폐지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이 원장은 상법 개정 관련 이슈 브리핑을 열고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고 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경영 판단을 할 경우 이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상법이 개정되면 배임죄 처벌이 확대될 수 있단 재계의 우려가 나오자 "배임죄는 폐지하는 게 맞다"며 개인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법무부 장관도 조심스러운 사안에 대해서 상법 개정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금감원장이 나선 게 적절치 않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사의 충실 의무의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자는 상법 개정안은 야당을 중심으로 발의돼 왔고 정부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발맞춰 '정부안' 발의를 검토 중이었다. 그러나 난데없이 이 원장이 배임죄 폐지를 주장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되면서 야당의 협조가 없이는 상법 개정이 불가능한데 일부 야권 의원들은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이 원장의 '깜짝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편법대출 논란에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을 두고 한 차례 충돌한 바 있어 이번 논의가 달가울리가 없다.

야권의 한 중진의원은 "금감원장이 기자들을 불러 모아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대통령실과 주무부처가 묵인하면 단순히 한 기관장의 사견으로 보는게 타당하냐"면서 "재계 달래기에 나서면서 여론의 동태를 파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 '절간' 한은, '구조개혁' 목소리로 존재감 키워

취임 때부터 '시끄러운 한은'을 강조했던 이창용 한은 총재도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 총재는 농산물 가격 상승에 대해 "금리로 잡을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러 차례 수입을 통한 해법을 제시했다. 지난 18일 한은이 이같은 주장을 뒷바침하는 보고서를 발표하자 다음날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해당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농축산물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상위권이라고 지적하면서 그 원인으로 좁은 국토 면적, 수입 제한, 높은 유통비용을 지적했다. 사실상 농산물 가격 폭등 원인을 정부와 정치권으로 떠넘긴 셈이다. 이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한은은) 농업 분야 전문가들은 아니다"며 "복잡한 농업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 몇 가지 보였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은의 보고서가 논란의 중심거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총재 취임 이후 한은은 저출생·고령화, 수도권 집중, 연금 고갈, 남녀임금 격차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구조적 문제를 다룬 보고서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는 '뻔한 얘기를 할 바에는 안하는게 낫다'는 이 총재의 주문에 따른 것이란 후문이다.

특히 지난 3월에는 고령화로 돌봄서비스 인력난이 심화될 것이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고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낮은 임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를 대해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돌봄서비스의 가치를 폄훼하면서 저임금의 외국인 노동자를 유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면서 한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