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 계열사의 한경협 회비 납부 문제와 관련해 관계사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한경협에 회비를 내려면 준감위의 승인이 필요하다.
마지막 남은 LG그룹은 회비 납부를 놓고 내부 검토 중인데, 재계에서는 LG도 조만간 회비를 납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렇게 되면 한경협은 4대 그룹 모두를 실질적 회원사로 두면서 외연 확장은 물론 경제단체로서 위상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한경협의 전신인 전경련을 탈퇴했다가 지난해 한경협 회원사가 됐다. 지난해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명칭을 바꿨는데, 4대 그룹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한경협에 흡수 통합되면서 자연스럽게 회원사가 된 것이다.
하지만 회비는 납부하지 않아 회원사 명단에 이름만 올린 ‘형식적인 참여’로 평가받았다. 최근 해당 기업들이 회비를 납부하며 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한경협은 회원사 ‘그룹’을 기준으로 회비를 받는데, 비용을 대는 개별 기업은 재무 상황이나 회사 상황 등을 고려해 그룹 내부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기업이 회비 납부를 신중하게 검토했던 것은 한경협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과거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라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쇄신을 통해 정치권력과의 관계를 끊어내고 재계 맏형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찬희 삼성 준감위 위원장은 26일 정례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한경협 회비 납부와 관련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되었는지 근본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정경유착의 고리는 정치권력의 전리품이 돼서는 안 되고 한경협의 특정한 자리가 여야를 바꾸더라도 예외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런 자리로 남을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또 “아직도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는 분이 경제인 단체의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상할 뿐만 아니라 임기 후에도 남아서 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한편, 현대차그룹 내 한경협 회원사는 현대차, 기아,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5곳으로 모두 유력 계열사다. SK,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도 회원사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핵심 계열사 4곳이 한경협에 참여하고 있다.
한경협은 지난 1년 사이 가입 회원사도 늘고 있다. 2월 기준 한경협의 회원사는 427개사다. 나아가 한경협은 정보기술(IT), 엔터테인먼트, 게임, 핀테크 기업들을 회원사로 적극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전경련에서 한경협으로의 명칭 변경은 물론,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의 탈바꿈, 윤리위원회 신설을 비롯한 준법 경영 등 쇄신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한경협이 외연 확장을 넘어 과거처럼 '경제계 맏형' 역할을 하려면 다방면의 쇄신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류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물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도 친분이 두텁다는 평이다.
실제 류 회장도 "해외에서 자주 만나고, 개별적으로도 많이 만난다. 꼭 한경협이 아니라도 다른 일 때문에 만나고 해서 자연스레 얘기를 많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제가 총수들 중 나이가 제일 많아 소통하기가 쉽다. 4대 그룹 모두 저에게 잘 대해주고, 어려운 것 있으면 도와주려고 하고, 관계가 좋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4대그룹 참여가 활발해지면 한경협의 위상도 과거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본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