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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9월 금리 내려도 韓 10월 인하 '신중론'…가계부채가 최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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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9월 금리 내려도 韓 10월 인하 '신중론'…가계부채가 최대 변수

美 연준 9월 FOMC에서 금리인하 돌입 전망
한은 금통위, 집값·가계부채에 높은 경계심
9월·10월 가계부채 둔화 흐름 지켜볼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흐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이달 합류가 예상되고 있다. 당초 연준의 9월 금리인하가 가시화되면 한은이 10월부터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는 등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가 발목을 잡을까 우려하고 있다.
8월 금융권 가계부채가 12조원 이상 늘면서 한은의 10월 금리인하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고개들고 있다. 한은은 9월과 10월 가계부채 흐름을 지켜본 뒤 결단할 것으로 관측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가에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오는 17~1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리는 '베이비컷'으로 무게 추가 기울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8월 고용지표가 경기 침체보다는 경기 둔화를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오면서 빅컷(0.5%p 인하) 기대가 줄어들고 있다.

일단 베이비컷 이후 향후 인하폭을 조절하는 게 시장 충격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남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경기 침체가 아닌 경기 둔화에 진입한 것으로 보여 연준이 0.25%p 인하로 금리인하 사이클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기 침체 발생 시 취업자 수, 고용, 노동시간 등이 감소하는데 8월 미국의 고용지표를 보면 실업자가 전월 대비 4만8000명 감소했고, 취업자는 16만8000명 증가하면서 경제활동인구는 12만 명 되레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은 연준이 이번 9월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는 모양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지난 13일 기준 연준의 9월 빅컷 가능성을 65%로, 베이비컷 가능성을 35%로 반영했다. 지난 9일에는 베이비컷 가능성이 70%, 빅컷이 30%였지만 13일 각 50%로 같아졌지만 다시 빅컷 가능성이 높아졌다. 빅컷과 베이비컷에 대한 전망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지만 금리동결 가능성은 한 달 전부터 0%였다.

전 세계가 기다리던 미국의 피벗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한은의 금리동결 기조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집값이 초저금리를 기반으로 '영끌·빚투' 광풍이 불었던 2021년 고점의 90%를 회복하면서 한은의 경계감은 한층 더 고조된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 12일 펴낸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향후 금리인하 시기의 폭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물가가 아닌 경기 침체와 가계부채를 꼽았다. 특히 한은은 가계부채 비율이 이미 금융 부문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으로 높아져 있다고 진단했는데 이는 가계부채 문제를 경기와 금융 안정 상황을 판단하는 핵심 척도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금융권 가계대출이 매월 5조~6조원씩 증가할 때 가계부채 비율은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4월 4조1000억원, 5월 5조3000억원, 6월 4조2000억원, 7월 5조2000억원, 8월 9조8000억원 등 최근 5개월 평균 증가폭이 약 5조72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2022년 이후 완만히 낮아져온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5월부터 본격적인 상승 곡선을 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9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한은의 금리인하를 결정짓는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등 정부의 규제 강화로 9월부터 안정세가 확인되면 10월은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11월부터는 한은이 금리 인하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들어 5영업일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1조1000억원가량 늘었는데 8월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며 "(정부 규제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 의사록을 통해 금통위원들은 물가 둔화와 성장의 하방 위험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강한 경계심으로 금리인하를 주저하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면서 "한은의 부동산에 대한 경계심은 시장의 생각보다 큰 것으로 판단하는데, 10월에 인하하기에는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지 않다고 판단해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은 일러야 11월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