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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품 시장, 중국 소비자 구매력 위축으로 성장세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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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품 시장, 중국 소비자 구매력 위축으로 성장세 둔화

중국 외 신흥 시장 개척-디지털 전환 장기적 성장 잠재력은 주목

명품시장도 살아나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명품시장도 살아나나? 사진=로이터

글로벌 명품 시장이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맞아 고전하고 있다.

2020년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던 럭셔리 브랜드들의 주가가 최근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고, 매출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 경기 침체와 무리한 가격 인상이 주요 원인이라고 20일(현지시각) 배런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운드힐 S&P 글로벌 럭셔리 상장지수펀드(ETF)는 LVMH, 케어링, 몽클레르 등 주요 명품 기업들의 주가 하락으로 7.2% 떨어졌다. 특히, 구찌를 보유한 케어링의 주가는 43.1% 급락했고, 버버리도 57%나 하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의 배경에는 중국 시장의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맥킨지(McKinsey)의 보고에 따르면, 이 기간 중국 소비자들은 전 세계 명품 지출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2018년에는 전 세계 명품 지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최근 경기 침체로 크게 위축되면서, 중국의 총 소매판매는 2024년 초부터 1% 미만 증가에 그쳤다.

많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은 지난 10여 년간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해왔다. 예를 들어, LVMH, 케어링, 리치몬트 등 주요 럭셔리 그룹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달했다. 이 매출이 급감하자 해당 매출을 메워줄 신규 시장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당연히 주가도 하락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럭셔리 소비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럭셔리 브랜드들의 과도한 가격 인상이다. 코로나19 이후 일시적으로 늘어난 구매력을 고려해 많은 브랜드가 50~100%에 달하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핵심 고객층마저 이탈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들은 브랜드 가치와 희소성 유지, 수익성 극대화, 신규 고객층 유입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희석 방지 등을 노리고 가격을 올렸다. 예를 들어, 샤넬 플랩 백 91%, 까르띠에 트리니티 반지는 64%나 가격을 인상했다.

글로벌 명품 시장의 규모는 2020년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33% 급증한 2,850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 침체와 무리한 가격 인상으로 이러한 성장세는 이어지지 않았고, 2024년 들어 둔화 조짐을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럭셔리 산업의 유기적 매출성장률을 2.8%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이전 추정치인 5.5%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의 복합적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글로벌 명품 시장의 회복 동력은 여전히 존재한다. 첫째, 연준의 금리 인하다. 이는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주식 시장의 호조로 부유층의 자산 소득이 증가하고 있다. S&P500 지수는 2023년 약 24% 상승했으며, 2024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밀레니얼과 Z세대의 명품 소비 트렌드가 강화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이들은 2025년까지 글로벌 명품 시장의 70%를 차지할 것이다. 넷째, 신흥국 중산층의 성장이다. 특히 인도, 동남아시아 등에서 명품 소비 잠재력이 큰 중산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작용하며, 명품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럭셔리 브랜드들은 특정 고객층을 노리는 제품 라인 다각화, 중국 외 다른 신흥 시장 개척,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의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기회를 엿보고 있다. 명품 산업의 전반적 침체 속에서도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VMH와 리치몬트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그들의 탄탄한 사업 모델과 전략적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앞서 언급한 시장 회복 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LVMH는 ‘명품의 제국’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루이비통부터 디올, 헤네시까지 각기 다른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들이 포트폴리오에 포진해 있어, 특정 브랜드나 시장의 부진을 다른 부문에서 상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마케팅 투자와 혁신을 이어가고 있어, 경쟁사들이 긴축에 들어갈 때도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수 있다. 특히, LVMH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마케팅과 지속가능성 전략을 강화하고 있어,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리치몬트는 까르띠에, 반클리프 아펠 등 주얼리 브랜드에 강점을 가진다. 이들 브랜드는 패션의 유행을 타지 않는 ‘타임리스’ 제품군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특성을 보인다. 또한, 리치몬트는 신흥국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어,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중산층 성장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런 기업들의 주가가 전반적인 시장 하락 속에서 함께 떨어졌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투자 기회가 열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즉, 기업의 기초체력은 여전히 강한데 주가만 떨어진 상황이므로, 이를 저평가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이 있다. 예를 들어, LVMH 주가는 18.8% 하락했지만, 여전히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한 ‘럭셔리 파워하우스’로서 입지는 변함없다.

한편, 한국의 명품 시장도 글로벌 트렌드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21조 원으로 추정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럭셔리 산업의 부진은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 관광객들의 감소로 인한 면세점 매출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만,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명품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는 한국 명품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럭셔리 산업은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장기적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높다고 볼 수 있다. 중국 경제의 회복과 더불어 새로운 소비층의 확대가 이루어진다면 산업 전반의 회복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도한 가격 정책을 재고하고, 디지털 전환과 지속가능성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전략적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