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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르드 ECB 총재, “변동성 높은 인플레이션 시대”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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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르드 ECB 총재, “변동성 높은 인플레이션 시대” 경고

“디지털 경제·지정학적 변화로 통화정책 효과 불확실…신흥국·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주목”

ECB 총재의 세계 경제 전망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ECB 총재의 세계 경제 전망은? 사진=로이터

유럽중앙은행(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향후 수년간 인플레이션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1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 경제 구조적 변화로 중앙은행의 가격 통제 노력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더 불안정하고 통화정책 전달이 더 불확실한 시대로 접어든다”며 “가격 형성을 위한 깊은 닻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고수해야 하지만, 통화정책 수행 방식은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라가르드 총재의 이 발언은 현대 중앙은행이 직면한 복잡한 현실과 그들의 핵심 임무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드러낸다.

그녀의 주장은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인정하는 것으로, 디지털화, 기후 변화, 지정학적 긴장 등 새로운 요인들이 전통적인 경제 모델을 뒤흔들고 있음을 말한다. 이런 환경에서 인플레이션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것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시장의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통해 경제 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견인해, 경제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암시한다.

라가르드 총재 발언은 중앙은행이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적응해야 하지만, 동시에 핵심 임무인 물가안정에 대한 약속은 변함없이 유지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의 통화정책이 더욱 복잡하고 정교해질 것임을 시사하며, 중앙은행 역할과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임을 보여준다.

라가르드 총재가 지적한 주요 변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디지털 경제 부상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전자 상거래, 인터넷 검색, 인공지능 등 분야의 ‘슈퍼스타’ 기업이 디지털 세계를 지배하면서 통화정책 효과가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 기업은 외부 자금 조달 의존도나 노동력 비중도 낮아 금리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해서다.

둘째,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이다. 기업들이 ‘니어쇼링’이나 ‘프렌드쇼링’을 통해 가치 사슬을 줄이면, 오히려 중앙은행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라가르드 총재는 분석했다.

기업이 생산 시설을 본국 근처로 이전하거나 정치적, 경제적으로 우호적인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길 경우, 새로운 생산 시설 구축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로 하며, 결과적으로 기업의 자본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

자본 수요가 늘면 기업은 더 많은 자금을 차입해야 하고, 이는 금리 변동이 기업의 비용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확대한다. 이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효과가 더 직접적으로 경제에 전달되어 통화정책 효과성이 높아진다. 이는 글로벌화로 인해 약화했던 국내 정책 영향력이 다시 강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이런 경제 구조의 변화는 중앙은행이 더욱 효과적으로 경제를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다만, 동시에 국내 경제 상황에 맞춘 정책 수립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며, 여전히 높은 글로벌 경제의 상호연결성을 고려할 때 국내 정책의 국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는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이 더욱 복잡하고 세밀해져야 함을 시사한다.

이런 변화는 인플레이션의 변동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산업 간 통화정책 효과의 비대칭성을 야기할 수 있다. IT 대기업은 통화정책에 덜 민감하지만, 제조업체는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경제 전반의 불균형이 심화할 수가 있다.

또한, 라가르드 총재는 핀테크 기업의 부상이 중앙은행의 과제를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핀테크 기업들은 전통적인 은행보다 신용 확대에 효율적이지만, 경기 변동에 더 민감해 호황과 불황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망은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중대한 함의를 갖는다. 우선,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운용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 결정자들은 전통적인 경제 지표뿐만 아니라 디지털 경제의 동향, 글로벌 공급망 재편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 역시 새로운 경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의 변동성이 커지면 자산 가치의 변동성도 함께 높아질 수 있어, 위험 관리의 중요성이 더 부각할 전망이다. 특히, 금리 민감도가 높은 채권시장과 신흥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통화정책 변화는 국제 자본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인플레이션 변동성 증가로 이 자본 흐름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자국 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신중하고 선제적 정책 대응이 요구될 것이다.

한국 경제의 경우,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더 민감할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금융시장의 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인플레이션 동향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에 촉각을 세워야 한다.

특히,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등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은 세계 경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디지털 경제의 부상, 글로벌 공급망 재편, 그리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동학의 변화는 정책 입안자, 기업, 투자자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경제 주체들의 유연성과 적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