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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개 식용" 가짜뉴스 논란 확산...미 대선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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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개 식용" 가짜뉴스 논란 확산...미 대선 '폭풍전야'

“허위 정보가 촉발한 지역 갈등, 미국 정치의 현주소”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각) LA 인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민으로 인해 스프링필드가 파괴되었다”며 자신이 당선되면 “스프링필드에서부터 이민자들에 대한 대규모 추방을 시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각) LA 인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민으로 인해 스프링필드가 파괴되었다”며 자신이 당선되면 “스프링필드에서부터 이민자들에 대한 대규모 추방을 시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AP/뉴시스
미국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시작된 이민자 논란이 2024년 대선 핵심 쟁점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아이티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한 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JD 밴스 상원의원 등 주요 정치인들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전국적 논란으로 퍼지고 있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의 이민 문제, 허위 정보의 위험성, 그리고 정치인들의 책임 있는 발언의 중요성을 동시에 부각하며, 2024년 대선의 주요 의제로 회자되고 있다.

◇ 이민과 스프링필드 이슈의 심각성


이 논란은 단순한 소문을 넘어 스프링필드 지역 사회에 실질적 위협을 초래했다.

30건 이상의 폭탄 위협으로 학교와 공공기관이 폐쇄되었고, 주 경찰력이 동원되어 학생들을 보호해야 했다. 다양성을 기념하는 지역 축제가 취소되는 등 주민들의 일상이 큰 혼란에 빠졌으며, 네오나치 등 극우 단체의 활동이 증가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허위 정보가 실제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위험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미국 사회의 깊은 분열과 이민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 사건은 미국의 이민 정책과 사회 통합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약 6만 명 인구의 스프링필드는 최근 몇 년간 1만5000명의 아이티 이민자를 받아들이며 급격한 인구 구성 변화를 겪었다. 이들은 대부분 임시보호신분(TPS) 프로그램에 따라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하고 있지만, 이민자 유입에 따른 지역 사회의 변화와 긴장 관계는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민 논쟁의 축소판이 되고 있다.

2023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0%가 이민이 미국에 대체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2001년 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경제적 우려가 두드러져, 응답자의 55%가 이민자들이 납부하는 세금보다 더 많은 정부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객관적 데이터와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2023년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 연구는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통해 경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2020년 미국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이민자의 범죄율은 미국 출생 시민들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식과 현실의 괴리는 미국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2024년 대선에서 이민 정책이 주요 의제로 부상하고 있음을 예고한다. 2022년 AP-NORC 조사에서 미국인의 35%가 이민을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꼽았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이티 이민자 '개 식용' 발언논란이 적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이민자가 개나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루머를 겪고 있는 미국 오하이오 스프링필드 모습. 사진=AP/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이티 이민자 '개 식용' 발언논란이 적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이민자가 개나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루머를 겪고 있는 미국 오하이오 스프링필드 모습. 사진=AP/뉴시스


◇ 대선에 미칠 영향


그러나, 스프링필드 사건이 2024년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538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하이오주에서 트럼프와 해리스의 지지율 격차는 거의 변동이 없으며, 트럼프가 여전히 8%~9%P 앞서고 있다.

이는 오하이오주의 정치적 성향과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크게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오하이오주는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모두 트럼프에 승리를 안겨준 핵심 경합 주로, 전통적으로 공화당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특히,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이 주에서 8.03%p 차이로 승리를 거둔 바 있어,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는 그의 기존 지지 기반이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준다.

더욱이 오하이오주는 러스트 벨트의 중심부에 위치해, 제조업 쇠퇴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노동자 계층의 비율이 높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이민자 유입에 대해 일자리 경쟁 심화 등의 우려를 표명해 왔다. 따라서, 스프링필드의 이민자 논란은 오히려 이 지역 유권자들의 기존 정서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강경한 이민 정책과 ‘미국 우선주의’ 레토릭은 이런 오하이오 유권자들의 정서와 맞닿아 있어, 스프링필드 사건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율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민 이슈에 대한 이 지역의 반감이 여전히 강하며, 경제와 일자리 문제가 유권자들의 주된 관심사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오하이오주 특성은 전국 단위의 여론과는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어, 대선 전략 수립에 있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스프링필드 사건이 주요 뉴스로 부각하면서 이민 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어, 전국적으로는 다른 여론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부동층 유권자들의 관심이 변할 수 있다. 언론의 부각 보도 이후 전국 단위의 표심에서 이 사건 이후로 이민 정책을 중요한 선거 이슈로 꼽는 유권자 비율이 다소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경합 주에서 부동층의 표심을 좌우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은 대선 후보 전략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경우, 이민자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통해 자신의 지지 기반을 더 결집할 수 있다. 그는 이 사건을 '국경 안보' 정책의 필요성을 부각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은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멀어지게 할 위험이 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사건을 트럼프와 공화당의 '증오에 찬 허위 정보 유포'를 비판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그녀는 민주당의 포용적 이민 정책과 사회 통합 의지를 강조하며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실제 지역 사회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될 것이다.

스프링필드 사태는 또한 허위 정보의 위험성과 대응 방안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허위 정보의 급속한 전파, 정치인들의 검증되지 않은 정보 유포, 언론의 팩트 체크 기능 미작동, 극단주의 단체들의 사회 분열 조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

이는 2024년 대선에서 허위 정보 대응과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할 것임을 시사한다.

스프링필드 이민자 논란은 2024년 미국 대선의 복잡한 정치 지형을 예고하는 중요한 사례다. 이 사건은 이민, 경제, 사회 통합 등 미국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 문제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며, 후보들의 리더십과 비전을 시험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

정치인, 유권자, 미디어 모두가 이 복잡한 이슈를 다룰 때 더 큰 책임감과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2024년 대선의 결과를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미국의 미래는 이러한 도전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더 통합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달려 있으며, 스프링필드 사태는 이를 위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