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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은행 자본 규제 완화, 세계 금융시장에 ‘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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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은행 자본 규제 완화, 세계 금융시장에 ‘새바람’

“대형은행 자본 요건 9% 인상으로 축소...한국 금융권에도 영향 예상”

연준, 은행들에 대한 자본 규제 강화 방침 완화.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연준, 은행들에 대한 자본 규제 강화 방침 완화.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대형 은행들에 대한 자본 규제 강화 방침을 대폭 완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연준 감독 담당 부의장 마이클 바(Michael Barr)는 지난 9월 10일 대형 은행의 자본 요건을 당초 계획했던 20%에서 9%로 축소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는 은행들의 강력한 반발과 로비에 연준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되며, 글로벌 금융 규제의 새로운 흐름을 예고하고 있다고 최근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은행들의 주장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지나치게 높은 자본 요건이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중소기업과 저소득 차주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은행들이 주장하는 높은 자본 요건의 부작용은 실제 금융 시스템과 실물 경제 전반에 걸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은행들이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은 대출이나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은행의 수익성을 저하하고, 결과적으로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높아진 대출 금리는 특히 중소기업과 저소득 차주에겐 큰 부담이다. 이들은 대기업이나 고소득자보다 신용도가 낮아 대출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금리까지 오르면 자금 조달이 더욱 힘들어진다. 이는 중소기업 투자와 성장을 저해하고, 저소득층의 주택 구매나 창업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

또한 은행 대출 여력 감소는 전반적인 경제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들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감소하면 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 이는 결국 일자리 창출 감소와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최근 팬데믹과 지역은행 파산 등의 혼란을 견뎌냈다는 점을 들어 추가적인 자본 확충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연준은 이러한 의견을 수용하면서도 여전히 은행 시스템의 안정성 강화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연준의 이 결정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 대형 은행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 요건 완화로 은행들은 더 많은 자금을 대출이나 투자에 활용할 수 있어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이는 미국 금융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이 결정으로 미국 대형 은행들은 약 400억 달러 추가 자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은행들의 대출 여력을 크게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자본 요건 완화로 인한 추가 유동성은 은행들의 대출 및 투자 활동을 촉진할 것이다. 2023년 3분기 기준, 미국 상업은행들의 총대출 규모는 약 11.8조 달러에 달했다. 이번 결정으로 이 수치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수익성 높은 부문에서 대출 증가가 두드러질 것이다.

대출 증가와 함께 은행들의 투자 활동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2023년 미국 은행의 증권 투자 포트폴리오는 약 5.5조 달러 규모였는데, 자본 요건 완화로 이 규모가 더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미국 금융시장 전반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 2023년 미국 대형 은행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약 12%였는데, 자본 요건 완화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수익성 개선은 은행 주식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전체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이 결정은 글로벌 금융 규제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자본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이미 영국은 자국 은행들에 대한 자본 요건 강화 계획을 철회한 바 있으며, 유럽연합(EU)도 미국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규제 완화 추세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이번 결정은 한국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해왔다. 이제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들이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한국도 이 흐름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은행들의 국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자본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규제 완화에 따른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자본 요건 완화가 은행의 과도한 위험 추구로 이어질 경우,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을 되새겨볼 때, 규제 완화와 금융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연준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 자본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와 금융 안정성 확보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향후 글로벌 금융 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글로벌 트렌드를 주시하면서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시스템 안정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