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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패밀리 오피스 급증...자금세탁 범죄 우려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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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패밀리 오피스 급증...자금세탁 범죄 우려 심화

중국 부유층 유입, 경제 활성화 vs 범죄 증가..."딜레마 속 정책 조율"

싱가포르, 범죄 문제 심각.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싱가포르, 범죄 문제 심각. 사진=로이터
싱가포르가 '부(富)의 허브'로서 눈부신 성장을 이어가는 동시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범죄 위험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패밀리 오피스 설립 붐을 타고 막대한 부가 유입되고 있지만, 자금세탁 등 범죄 우려도 커지면서 싱가포르 당국은 심사 강화, 규제 정비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라고 1일(현지시각) 닛케이가 보도했다.
싱가포르는 그동안 세금 감면 혜택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패밀리 오피스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패밀리 오피스는 고액 자산가의 자산 관리를 위한 전문 기관으로, 싱가포르 경제 활성화와 금융산업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패밀리 오피스는 2020년 400개에서 올해 8월 말 현재 1650개로 급증하며 싱가포르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자금세탁 사건은 싱가포르에 '패밀리 오피스=자금세탁 통로'라는 불안한 꼬리표를 붙였다. 중국 출신 범죄자들이 불법 자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정부 세금 감면을 받은 6개의 패밀리 오피스 펀드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싱가포르는 '자금세탁 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이에 싱가포르 금융당국은 패밀리 오피스 설립 신청자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EY 싱가포르, Taurus Wealth 등 외부 전문가들을 고용해 신청자, 직계 가족, 관련자들의 자금 출처, 범죄 연루 여부 등을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

EY 싱가포르의 라메쉬 무사는 "집안의 숨겨진 비밀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신청자의 배경, 자금 출처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 서비스 회사에 규제 준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Enghouse Systems의 팀 피터스는 "싱가포르와 홍콩은 금융 범죄와 연관되면 안전하고 보안이 강화된 금융 허브로서의 평판이 훼손될 수 있다"며 심사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중국 부유층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중국과 문화적 유사성이 높고, 안정적인 정치·경제 환경, 낮은 세율 등을 갖춘 싱가포르는 중국 부유층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매켄지 분석에 따르면, 2023년 말 중국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한 개인 금융자산 규모는 무려 4000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중국인 유입 증가가 범죄 증가 가능성도 높인다는 점에서 싱가포르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실제로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국제 범죄 조직과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인들이 맨션에 침입해 거액을 훔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싱가포르 정부는 부유층 유치와 범죄 예방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심사 강화를 통해 자금세탁 등 범죄를 예방하는 동시에 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뿐만 아니라 범죄 예방 교육, 국제 협력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싱가포르가 패밀리 오피스 유치와 범죄 예방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은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외국 자본 유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하지만, 자금세탁 등 범죄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도 투자 이민 제도, 외국인 투자 유치 등을 통해 국외 자본 유입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 사례에서 보듯, 자금세탁 등 범죄 발생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자금 출처, 투자자 신원 등에 대한 면밀한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법 자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