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기조 완화 흐름이 가시화되면서 은행 산업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 2년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수익성 개선을 누렸던 은행들은 이제 새로운 상황의 전개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위기보다 기회로 보는 분위기라고 최근 배런스가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웰스파고(Wells Fargo)다.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웰스파고는 규제 당국의 제재로 인한 자산 상한선 해제를 앞두고 있어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분석과 함께 수수료 기반 사업 부문의 성장세, 안정적인 배당 지급 능력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비단 웰스파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 은행들도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다. 금리 인하로 인한 순이자마진(NIM) 축소 우려는 있지만, 대출 수요 증가와 자산 관리 부문 성장 등으로 상쇄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은행들의 사업 구조 변화다. 전통적인 예대마진 사업 외에 자산관리, 투자은행 등 수수료 기반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어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 웰스파고의 경우 최근 자문, 중개, 자산운용 부문에서 큰 성장을 하고 있다.
다만,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우려, 소비자 대출 연체율 상승 등은 여전히 은행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대형 은행들의 경우 충분한 자본력과 다각화된 사업 구조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 은행 산업의 동향은 한국의 은행 주식 투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도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는 오히려 은행들의 사업 구조 개선과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은행도 최근 자산관리, 디지털 금융 등 비이자 수익 비중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어, 향후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국은행들의 경우 미국 대형 은행들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어, 투자 가치가 더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한국의 경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과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 가능성은 은행 주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은행의 투자 부문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으며,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는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져 은행의 자산 관리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 은행 주식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순이자마진 축소에 따른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사업 구조 개선과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로 인한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투자자들은 개별 은행의 사업 구조와 위험 관리 능력, 성장 전략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한국 모두 은행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