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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석유업계, 트럼프에게 IRA 유지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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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석유업계, 트럼프에게 IRA 유지 요청

기후법과 화석연료의 불편한 동거 예상, 정치·경제적 딜레마 부각
전통 에너지 기업들, 재생에너지 투자 위해 바이든 정책 일부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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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석유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일부 조항 유지를 요청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화석 연료 산업의 대표주자들이 재생 에너지 지원 법안의 혜택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엑손모빌, 필립스66,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등 주요 석유 기업들은 IRA가 제공하는 세금 공제와 보조금이 자사의 저탄소 에너지 프로젝트에 필수적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IRA 덕분에 재생 가능 연료, 탄소 포집, 수소 에너지 등 친환경 기술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다고 믿고 있다.
옥시덴탈은 13억 달러 규모의 직접 공기 포집 공장을 건설 중이며, 엑손과 셰브론은 각각 300억 달러 이상을 저탄소 기술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필립스66는 재생 가능 연료 생산을 위해 오래된 정유 공장을 개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움직임은 트럼프와 공화당의 기존 입장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기후 정책을 "사기"라고 비난해 왔으며, 공화당 의원들은 IRA 폐지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 따라서, 석유업계의 요청은 트럼프 진영에 정치적·경제적 딜레마를 안겨줄 수 있다.

그러나, 석유업계는 트럼프와 공화당의 주요 정치 자금원이자 선거운동 지원 세력 중 하나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트럼프와 공화당은 이들의 입장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IRA를 완전히 폐지하기보다는 일부 수정을 통해 "재브랜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특히, 공화당 성향의 주에서 IRA가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트럼프 진영이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주요 지지 기반인 석유업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수 있는 절충안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이라는 트럼프의 핵심 공약과도 연계할 수 있어, 정치적으로도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한편, 석유업계 내부에서도 IRA에 대한 견해차가 존재한다. 대기업들은 저탄소 기술 투자에 적극적이지만, 소규모 업체들은 여전히 IRA에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와 전기차에 대한 세금 공제를 석유 산업 전반에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업계 내 견해차는 최근 발표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석유협회(API)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석유 기업들의 저탄소 기술 투자는 전년 대비 20% 증가했지만, 중소 업체들의 투자는 5% 감소했다.

특히, 엑손모빌, 셰브론 등 메이저 기업들은 2030년까지 총 투자액의 25%를 저탄소 사업에 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 석유 기업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화석 연료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IRA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는 업계 내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은 미국 에너지 정책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기후 변화 대응과 경제적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 정치적 갈등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2024년 대선 결과에 따라 IRA의 운명이 좌우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 기업에는 기회이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IRA의 유지는 한국의 배터리, 전기차, 재생 에너지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반면, 정책 불확실성 증가는 미국 시장 진출 전략 수립에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정치적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유연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석유업계의 IRA 지지 요청은 에너지 전환기의 복잡한 현실을 반영한다. 전통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가운데, 기업의 생존 전략과 정부 정책, 그리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