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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넘어설 '뉴삼성' 절실한데…사법 리스크에 갇힌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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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넘어설 '뉴삼성' 절실한데…사법 리스크에 갇힌 이재용

사법리스크에 빛 바랜 뉴삼성 본격화
위기 속 어떤 리더십 보여줄지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1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글로벌 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1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글로벌 이코노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정상화에만 집중하기도 바쁜데, 사법 리스크로 트리플 악재에 발목을 잡혔다.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회사 운영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외부요인에 발목 잡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하루빨리 이 회장이 경영에 집중하고 뉴삼성 완성을 통해 초격차 경쟁력 재건이 절실해 보인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을 통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항소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고등법원에 출석했다.

이 회장은 2015년 경영권 승계와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약 3년 5개월 간의 심리 끝에 1심 재판부는 올해 2월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며 이 회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또 2144여개에 달하는 추가 증거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부터 이어진 사법리스크로 삼성전자의 초격차 기술력은 퇴색됐고 최근 부진한 실적을 보이며 위기설까지 돌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절대강자인 삼성전자는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메모리 기술 경쟁력에서 밀리며 시장 주도권을 뺏긴 상황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대만 TSMC 시장 장악력을 깨지 못하고 조 단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주력 사업의 부진으로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큰 폭으로 하회한 9조 1000억 원에 그쳤다.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는 4조 원대로 SK하이닉스(예상 영업익 6조 7559억 원)에 선두를 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이례적인 사과문을 발표할 정도로 안팎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 반도체의 위기는 모순되게도 '뉴삼성'을 주창하며 이 회장이 강조한 '기술·인재·조직'의 문제에서 시작됐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취임 직후 열린 사장단 간담회에서 최고의 기술과 훌륭한 인재의 확보,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 문화 정착을 삼성 경영의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불법 승계' 의혹 사건 재판으로 인한 사법리스크에 묶이면서 경영 공백 상태가 지속됐다. 지난 2020년 10월 시작된 1심 재판은 3년 5개월간 107차례 열렸고, 이 회장은 96차례 법정에 출석했다.

삼성전자 경영의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뉴삼성도 빛이 바랬다. 현재 삼성전자 DS부문은 AI 메모리 기술력 저하와 인재 유출, 경직된 조직 문화로 삐그덕거리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뉴삼성'이 취임 2주년인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불법 승계 사건 2심이 진행되며 항소심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경영에 전념하지 못한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어 이 회장이 리더십을 본격적으로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며 "비상경영에 돌입해야 하는 만큼 구심점이 있어야 하는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영에 집중할 수 있을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우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